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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기다리는 것은...


BY 2008-09-02

벼삭이 노르스름하게 물결을 이룬 저녁.. 안에 있는 네사람은 말이 없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저무는 해는 알까!

하는 일도 없으면서 바쁜 척하다 계절의 사분지 일을 보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기쁘기도 하지만...늘 쫒기는 기분은 가시질  않는다.

그렇다고 표족히 무엇이 달라지지도 않으면서 육신만 바빴다.

남들은 육신이라도 바쁘니 다행이라고 몇마디 겻들이지만..

어느 분의 말처럼.." 내 머리는 수세미야!"

큭큭거리며 웃는 날 보고 같이 웃던 일이 생각 난다.

맞다 ...내머리는 수세미였다.

 

스님이 손을 잡으며 이야기 하신다.

" 세상에 세상에..일 났다는 소리는 들었어요...얼마나 놀랬어요!"

"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얼굴에 기미가 가득 앉았다.

" 식구들 무사한 것 만으로도 다행이예요.."

" 예..저도 그렇게는 생각해요."

 

불난리가 났다.

올해 유독 불난리가 난다.

왜냐하면 자오충하니 화가 꺼지는 형국으로 어둠의 씨앗불처럼 그렇게

불난리가 많이 난다.

그래...사주에 자오충  값을 톡톡히 한다.

 

하우스를 해서 먹고 사는 집에 하우스가 홀랑 탔으니 이 일을 어쩜 좋을까!

 

스님과 함께 어디를 가기로 해놓고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앉아 이분의 사연을 듣는다.

시집 살이 매운줄은 알았지만...이렇게 지독하게 맵게 사는 분이 또 있는지!

 

" 시집 오기 전에는 이렇게 안 살아봤는데.."

피식 웃음이 인다.

그렇지 모두 시집 오기전에는 " 저 그렇게 안 살아 봤어요" 라고 말하지..

 

시아버지가 수시로 시어머니 때려...못마땅하면 며느리에게도 욕지거리를 퍼붓고...

남들은 부잣집에 시집와서 좋겠다는데..눈 뜨면 일거리...시아버지 눈치...

무엇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한 시골 아줌마다.

 

시아버지 많이 배우시기는 했지만 온갖 잡동사니 모으셔..집안이 거미줄만 안쳤지

쓰레기장이라고....눈물이 줄줄 쉼 없이 나린다.

 

스님 아무 말씀 못하고 듣고만 계신다.

 

인근 부자로 은행에서 vip 손님 이라 하는데...이말이 무색하니..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제 불까지 나니 시아버지 그늘에서 더욱 벗어날 일이 없다.

빚을 갚아야 살것이고...그 빚을 갚아줄 사람은 시아버지인데...

이를 어쩜 좋을지 몰라 발길 다급해 온 곳이 절이다.

 

가던길은 다음으로 미루고 고단한 시골 아낙이야기에 머리가 또 수세미 된다.

 

속을 볼 수 없는 집안 사정! 어느 집인들 편할까 마는 무슨 업으로 이렇게 사나 싶어

딱하기가 하늘과 땅이다.

 

늘 자기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어서 내지는 업이려니..라고 그 물로 보면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짜증이 되어버린다.

무슨 업이 얼마나 많아서..내 그릇이 얼마나 적기래...

 

" 스님..나 이제 안 살라고요"

" 글쎄..사정 아니 살라고도 못하고 살지 말라고도 못하겠네"

" 제가 애들 데리고 살지요..이 보다는 낫겠지요!"

" 보살 말도 일이는 있지만..애들 의양은..?"

" 큰 딸은 지 엄마 이해해서 살지 말라고 하는데..

  아들은 그러지 말라 하네요"

그윽한 눈에 눈빛이 얼룩거린다...스님도 입 떼기가 여려우신가 보다.

 

" 스님 저 말좀 해도 될까요?"

" 그러세요..이선생님이 마을 일은 더 잘 아니까 말 좀 해주셔"

스님 살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 보살님 저는 아는 것은 없지만..말씀을 들어보니

  지금..아저씨하고 문제가 아닌 듯 해요"

"...."

" 물론 힘든 세월인것은 느껴지는데..보살님 보다 더 아픈것은 시어머니지

  보살님이 아닌 것 같아요"

" 그럼요...우리 엄니가 제일 불쌍해요"

" 예..어머니가 제일 불쌍해요..그 세월 돈 많았다 한들 당신 위해 먹을 것을

  제대로 드셨겠어요. 옷을 버젖히 입으셨겠어요."

" 지금도 그래요..지금도 그렇게 사셔요"

" 맞아요. 그런데..보살님 나오면 누가 제일 아프겠어요?"

" 아이고.."

한숨이 달음질을 한다.

 

" 어미가 자식 이혼하고 혼자 사는 꼴 보는거 이것처럼 가슴 아픈거 없어요

  더구나 자식 죄가 아니고 시아버지 등살인데..그렇지요?"

" 맞아요..내 맘 이해하는 것은 엄니 뿐이고..

  엄니..맘 이해하는 것도 나 뿐 인데.."

" 시아버지 사셔야 몇년 이시겠어요...더구나 손주 말씀은 들으시다며.."

" 다 필요 없다네요..손주만 있으면 된다네요.."

" 그럼 아들 잘 가르쳐서 할아버지에게 말씀 드려요.

  할아버지 욕하지 말게 하고..할아버지 보고 아버지 좀 도와 주라고 하고"

" 아버지가 말을 들을 까요"

" 시작이 반이래요..이근이 싹트면 벌써 천리가 한 걸음 이예요.."

 

한번들어 처음이고..두번 들어 다음이다.

하다 보면 시아버지도 무엇인가는 아시겠지..

파장을 해서 어둠이 내리는 것 보다는 내일 일을 어찌 시작해야 할까

궁리하는게 사는 것은 낫다는 말이다.

 

말을 하고 보니 해는 까마득해졌다.

 

한 집안이 사는 것은 한 끝 차이다.

한끝차이.. 이것이 두 갈림길에서 어디로 흐르냐에 따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

 

스님이 날이 저물었으니 태워다 주신다 하신다.

마을 초입에 들어

" 스님 저 땅이 다 우리 아버지 거예요"

넓은 땅이 꼭 바다와 같다.

 

늘 등어리에 통장 등짐이 짊어져 있다.

아무도 못 믿어 짊어진 세월이 무인생 이른 한살이시다.

 

땅이든 통장이든...그것이야  복 있는 놈의 것이고..

그러나 이 잘못 된 습과 업은 버리고 가셔야 다음도 기약이 될 텐데..

 

왠지 마음이 싸하다.

 

" 아버지 불쌍하니 잘해주셔요..어머니 보다 더 불쌍 할 수도 있어요

  왜냐면...어머니는 죽을 때 속은 편하잖아요.

  힘들게 살았으니 이제 쉬어야 것다 그러지만..

  아버지는 죽을 때도 마음 편히 가시겠어요

  안달 복달하다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게 가시겠구만요.."

 

어둠이 내리니 오히려 산과 들 세상의 현물이 더 밝아진다.

운치는 더 있다.

차라리...지금 보이는 것 같으면 욕심도 없겠다.

내일 기다리는 것은 차라리 욕심이라 하겠다.

밝아지면 다 갖고 싶은 욕심..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구불구불 했던 산길을 지나 곧은 길이 나왔다.

스님도 나도 우리 모두 말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