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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요


BY 두리 2000-04-20

얼마전 어머님께 보청기를 사드렸는데 문제가 좀 생겨서 청력검사도 할겸해서 어머님, 남편과 함께 다시 그 대리점으로 갈일이 있었지요. 제가 처음에 갈땐 전화로 위치확인만 하고 버스를 타고 갔었거든요.

그러니 승용차로 가는 길은 잘 모르겠더라구요. 저는 운전을 못하거든요. 면허를 따기는 했지만 장농면허죠. 그랬더니 님편은 그렇게 길눈이 어둡냐면서 화를 내는 거예요. 심지어 저더러 길거리 장애자라고 하더라구요. 아니 다른일도 아니고 어머님 위해서 가는 일이고 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고는 제가 잘가는 백화점앞에 차를 세우더니 이 길은 아느냐고 하더군요. 순간 정말 맥 빠지고 시어머님만 아니면 차에서 내리고 싶더라구요. 자기는 술마시고 노래방에서 나올때마다 엉뚱한 곳으로 가는 주제(?)에 말입니다.
사실 제가 결혼전 부터 길눈이 어두운 건 있습니다.
특히 영화를 보고 나오면 전혀 처음 보는 생소한 거리가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유전이 되는 걸까요.
글쎄 딸아이가 집에서 조금만 멀리 나가고 길을 잃고 헤메고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징징대면서 전화를 합니다. 딸은 19살 고3입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설악산으로 놀러 갔을때의 일입니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1시간으 기다려야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자동차 키가 없어졌다면서 혹시 차뒤 트렁크에 꽂아 놓았는지도 모르니 먼저 주차장으로 가겠다고하고 먼저 떠났습니다. 딸아이와 저는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했지요.

주차장은 버스로 한 두정거장쯤 걸리는 곳에 있었구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을 수가 없고 딴 길만 나오지 뭡니까. 분명히 오른쪽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여기도 저기도 다 오른쪽으로 계곡이 있는 겁니다. 난감하대요.
주머니엔 단돈 이천원 밖에 없고 강원도에 아는 친척도 없고.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니 남편한테 연락 할 방법이 없었지요. 비는 부슬 부슬 내리는데 노란 우비를 입은 두여자들은 갈곳을 몰라 헤메이고. 그때처럼 자신이 한심스러울 때가 없었습니다.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 파출소에라도 가서 서울 보내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남편의 모습이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모녀는 마구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답니다. 알고 보니 남편이 우릴 기다린 시간도 얼마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우린 길 잃고 헤멘 사실을 철저히 숨겼지요. 제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기 부인보고 길거리 장애자가 뭡네까. 이거 말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