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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의 여자는...????


BY ^^ 2000-10-24

펀글

KBS 일일드라마는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9시 뉴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치어 리더 겸 한국 여자 길들이기’가
그 목적입니다.

KBS 일일 드라마는 한국 여성에게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희생하는 것만이
너의 길이며 진리”라고 강조합니다.
‘좋은 걸 어떡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드라마의 여성들은 몸이 무쇠로 만들어졌는지 지칠 줄 모릅니다.
주인공 정선경을 보라. 직업이 대학병원 약사인 그녀는 낮에는 직장에서
내내 일하고, 퇴근하고는 새벽까지 집안일을 합니다.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시어머니를 감동시키려고 새벽 2시까지
열무김치를 담급니다.
손에 빨갛게 고춧물이 들 정도로 온갖 궁상을 떨며 맨손으로 김치를 담급니다.

그러면 의사인 남편 정보석이 실컷 잠자다 부엌으로 내려옵니다.
“왜 장갑도 안끼고 했어, 손은 내가 씻어줄게”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당신, 너무나 아름다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그 모습 말이야”하며
느끼한 눈빛으로 정선경을 쳐다봅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심했습니다.
그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현실성을 띠려면 정선경을 과로사시켜야 합니다.
내 상식에 약사란 룰루랄라할 수 있는 만만한 직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철인’ 정선경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집에 와서는 새벽까지
일하고 또 모처럼 쉬어야 될 일요일에도 온 식구 불러다 도미찜을 해먹입니다.
어느 장사가 버티겠는가?
그 드라마를 보면 맞벌이 여성들이 설 땅이 없습니다.

이 드라마는 또한 집에 있는 여성들을 ‘분노사’시킵니다.
재혼녀인 며느리 수경(정선경)을 헤아리는 시아버지, 즉 남성은 인격자로 그려진다. 반면 시어머니 김자옥은 ‘독한 여자’로만 그린다. 게다가 일군의 전업주부를 ‘푼수과’로 분류한다. 윤미라, 양희경, 그리고 아무 할 일 없이 빵집 다니며 밀가루나 축내는 이민영까지 ‘전업주부=놀고 먹는 푼수’로 공식화해버렸다.

나는 이런 게 비단 ‘좋은 걸 어떡해’에 국한된 문제라기 보다,
KBS 저녁 드라마의 전통이자 역사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조 왕건’ 같은 대하 역사드라마를 통해 남성들에게 원대한 포부와 꿈을
꾸게 만듭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그저 ‘착한 여자’가 되고 ‘푼수를 떨고’
‘몸이 부서지도록 일해야’ 남자에게 귀염받고 이웃이 칭찬한다고
강요해왔습니다.

한국에 2주 쯤 머물렀던 한 외국 남성이 “화내는 여자를 보지 못해
참 놀랐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여자는 언제나 웃고 상냥했다고―.
그러면서 바로 그 점이 한국 여성들이 낮은 사회적 위치와 불평등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냐고 꼬집는 것이었습니다.

더 할 나위없이 왜곡된 TV 속 여성들이 이제 화를 낼 줄 알게 만드는 것,
그리고 여성들은 철인도 아니고 푼수도 아니라고 자기 선언을 하게 하는 것은
바로 TV의 충성스러운 시청자인 ‘여성’의 몫이라고 믿습니다.

(조선일보 <방송인>)

남자인 나도 KBS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여성상들에대해 화가난다.

KBS는 우리나라 전 여성들의 콩지화를 원하는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