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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육아 3 - 밥 먹기 싫으니? 그럼, 먹지마!


BY dragonkj 2001-06-28

1시간이나 투자해 시아에게 줄 김밥과 반찬을 만들었다. 김치를 담가도 2시간정도면 뚝딱 헤치우는 시아엄마에게 시아에게 줄 식사 목적으로 1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시간과 고급인력의 노동투자이다.
노란 달걀과 주황색 당근, 초록빛 시금치가 어울어진 귀엽고도 멋진 김밥이었다.
다듬고, 씻고, 볶고 이렇게 쐬빠지게 만들었건만, 간만에 정성도 듬뿍 들여 만들었건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열받는다!

"시아야! 먹기 싫으니? 그럼 곰돌이 시계 긴 바늘이 6으로 올때까지 엄마가 기다릴게."

20분이 흘렀다.

"시아야! 6으로 긴바늘이 왔네. 1시 30분이 됐네. 먹기 싫으니? 좋아! 그럼, 치운다. 대신 간식은 없고, 물만 먹을 수 있어."

이렇게 식탁을 치우기는 하지만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신생아때 시아는 하루 100cc의 우유를 다 먹지 못 했었다. 20cc를 먹이는 것도 평균 1시간 이상이 걸려, 하루 7,8차례에 걸쳐 우유를 먹여야 하는 나로서는 실로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날 억지로 우유 먹이는 것에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시아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이다. 죽을 끓이는 것이 귀찮아서(시아가 나중에 알면 '엄마 맞아?'할것이 뻔함) 바로 밥 알갱이로 시작했다. 간식은 주로 두부, 간, 무 익힌 것, 생선이 전부였다. 따로 준비할 필요없이 그냥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부드럽게만 조리해서 먹인 것이다.

식사를 할 때 먹는 이야기를 한다. 주로 그 날 식탁에 차려진 반찬에 관련된 것들이다.
"시아야! 옛날에 아기 당근이 살았었대....."
(결코 쉬운 일이 아님, 창의력 문장 소질이 제로에 가까운 시아엄마로서는...)

식사를 마치고 반찬에 나왔던 친구들로 소꼽놀이를 한다.
신문지 사이에 같이 끼어온 전단지를 가위로 마구 잘라 "엄마! 당근 얼마예요, 이거 삼천 오백원" 시아가 알고 있는 지폐액수중 가장 좋아하는 금액이다. 모든 물건 값은 3500원으로 통한다. 아직 싸다 비싸다의 대소 관계 개념은 명확하지 않지만 시장놀이를 할때마다 "너무 비싸요!"라고 말한다.

시장놀이를 할 때면 물건을 넣을 온갖 비닐과 시아 지갑을 가지고 온다. 종이로 만들어준 지폐로 계산을 하며 놀이를 한다.

시아의 식습관은 이때부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뭐든지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이다.

시아엄마의 피나는 노력으로 안먹는 아이를 자신의 의지로 먹는 아이가 된 것에 대해 내 스스로 칭찬 아끼고 싶지 않다.

물론 시아라도 항상 날마다 모든 음식을 잘 먹는 것은 아니다. 아빠랑 비슷하게 과일과 야채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날마다 한그릇씩 뚝딱 먹어 치우는 것도 아니지만 이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어른도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입맛이 있을때도 없을때도 있기 때문이다.

시아가 먹기 싫다면 과감히 굶긴다.(속이 쓰리다!)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 조그맣기만 하던 시아는 키도 크고(엄마 아빠의 주관임)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의 먹는 문제이다. 잘 먹지 않는 아이, 편식을 심하게 하는 아이들이다.

알레르기 체질이나 병(病) 등의 요인이 아닌 그저 일반적인 편식이나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은 엄마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조금 거꾸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좀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것은 전 세계 엄마의 모든 바램이자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양가라는 미명하에 아이에게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음식만을 알게 모르게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이런 음식만 주게 되면 당연히 아이의 미각도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다. 맛있다고 생각되는 것만 찾게 되고, 맛이 없었다고 느낀 첫경험의 음식은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이라도 숟가락을 들고 쫓아가면서 떠 먹이는 것은 아이의 그릇된 식습관을 결국엔 엄마가 도와주는 꼴이 되어버린다.

아이가 음식을 가리는건 반드시 그 음식이 싫다는 이유하나만은 아니다. 그날의 기분, 몸의 상태, 엄마에게 무언가 더 사랑을 받고 싶어할 때 등 실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엄마는 아이의 상태를 체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먹는 음식에 관련된 놀이와 동화책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친근함이 아이의 몸에 베도록 해야한다고 본다.

엉! 오늘 냉장고에 반찬이 하나도 없네! 그냥 물김치 국물에 말아서 먹지 뭐!(남편은 이것을 보고 아동 학대라고 하고 있음)

어떻게 애브리데이 아이만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랴. 가끔은 냉장고에 있는 아무거나 그냥 먹을 수도 있지.


**놀이 활용**
=시장놀이1=
<준비>전단지, 우유팩, 가위, 매직,투명테이프,지갑,가방
<방법>
1. 전단지에서 옷,신발,가전제품등에 관련된 그림을 오린다.
2. 우유팩을 크기를 달리해 100,500,1000원짜리 종이 지폐를 진짜처럼 만든다.
3. 장바구니와 엄마가 사용하지 않는 지갑에 지폐를 넣어 아이에게 준다.
<포인트>
지폐를 활용해 지갑 놀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구입할때는 반드시 물건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만 그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 시장놀이2 =
<준비>우유팩, 전단지, 가위, 풀, 가방(비닐가방),투명테이프
<방법>
1. 전단지에서 야채나 과일이 나와있는 부분을 오려 우유팩에 붙인다.
2. 우유팩에 붙인 전단지위를 다시 투명테이프로 붙인후 가위로 오린다.
3. 책상에 오린 그림들을 나열해 놓고 시장놀이를 한다.
4. 진짜로 시장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과일 야채등이 나온 광고 전단지를 뒷배경으로 붙여준다.
5. 야채,과일을 하나씩 살때마다 비닐봉투나 가방에 넣는다.
6. 자석을 붙인 낚시대를 만들어 낚시놀이 형태로 바꿔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