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본입니다.
경칭은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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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Office and Into a Fishbowl in South Korea
By CHOE SANG-HUN
Published: April 10, 2008
121명밖에 안 사는 작은 부락으로 매일 자동차와 버스가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주중에는 수천명이 보통이고 일요일에는 2만명까지 관광객이 찾는다. 이들이 오는 이유는 새로 마을에 전입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다.
이 사람이 집 뒤로 난 언덕을 넘어 부근의 습지로 산책을 가면 사람들은 줄줄이 따라나선다. 아빠는 꼬맹이를 어깨에 무등 태우고 엄마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덕담을 들으려고 아기를 쑥 내민다. 집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문앞에 모여서 외친다. “대통령님, 나와주세요!”
“오늘은 아침 9시부터 밖에서 소리를 치시더라구요.” 61세의 노무현 전대통령은 집밖에 모인 관광객들에게 말했다. “자리에 있을 때나 물러났을 때나 대통령도 사생활은 필요합니다. 이렇게들 저를 보러 와주시는 것이 저한테는 큰 부담이 됩니다. 감사하지요. 그런데 일일이 악수도 못해드리고 차 한 잔도 대접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카메라가 터졌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더 다가서려고 몸싸움을 한다.
“대통령님!” 노인이 소리를 지른다. “영부인은 어디 계신가요? 같이 뵐 수 있을까요?”
이런 의식이 하루에 여덟 번까지 되풀이된다고 봉하 마을의 관광가이드 김민정씨는 말한다. “방법이 없습니다. 한 팀이 떠나면 또 다른 팀이 금세 모여들어요. 나오지 않으시면 밖이 시끄러워서 안에서 일을 못하세요. 전임 대통령 노릇도 쉽지가 않네요.”
노무현은 재직중에는 인기가 없었다. 막판에는 지지율이 3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노무현은 새로운 유형의 전임 대통령상을 세웠다.
옛날에는 전임 대통령 앞에 모여서 소리를 지르는 한국인은 시위대였다. 노무현의 전임자 중에서 한 명은 국민 저항으로 물러났고 한 명은 암살당했으며 두 명은 공권력 남용과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갔다. 노대통령 전에 대통령을 지낸 두 사람은 자식들 때문에 망신을 했다. 김영상의 아들은 뇌물 수수로 감옥에 갔고 김대중의 세 아들은 부패를 저질렀다.
노무현처럼 역대 대통령들도 시골 출신이었지만 다들 퇴임 이후에는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생존한 네 명의 역대 한국 대통령은 경찰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서울에서 산다. 국내 정치에도 개입하지만 일반 국민과 섞이는 일은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무현은 자전거를 타고 봉하 마을을 누빈다. 나무를 심고 농부들과 함께 도랑을 치운다. 블로그도 있다. 하루에 수천명의 방문객을 맞는다.
새로 지은 나지막한 집으로 전임 대통령이 이사 오면서 봉하는 크게 달라졌다. 노무현 말고 이 마을에서 유명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민들은 멋적게 웃으면서 감나무가 많다고 대답한다.
귀향을 환영하는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낀다. 길도 넓혔고 주차장도 새로 지었다. 하지만 주말이면 차가 워낙 밀리는 통에 관광객들은 어쩔 수 없이 차를 마을 외곽에 세우고 걸어서 간다. 사방이 논인 이름없는 촌락을 향해 순례자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민들은 식당으로 바꾼 마을회관은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1200평 넓이의 전임 대통령 거처에 이르는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서 외지인들이 삶은 옥수수, 군밤, 나물을 판다.
“대통령으로 계실 때는 딱히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22세의 대학생 이수인은 말한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이 사시는 곳에서 이렇게 가까이 뵐 수 있으니 좋네요. 이웃집 아저씨 같아요. 다른 대통령들은 안 그랬거든요. 하나같이 권위적이고 따분한 타입이었어요.”
유치원 교사인 신정숙(20)은 67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입지전적인 대통령의 인생에서 아이들이 뭔가 느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대학도 못 갔다. 법대도 안 다니고 독학으로 고시에 붙었다.)
노무현의 생가에는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산다. 입구에 노무현의 어머니가 꾼 태몽 이야기가 적혀 있다. 노무현을 뱄을 때 백발 노인이 꿈에 나타나 커다란 말을 주었다. 산모가 말에 오르니까 발굽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노무현은 정치를 다시 할 마음이 없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거물이 과연 얼마나 오래 혼자서 지내겠느냐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노무현은 시골에서 살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노사모라는 열혈 지지 세력이 있다.
노무현은 위키피디아 온라인 백과사전처럼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드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눈코뜰새없이 바쁩니다.” 노무현은 말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대통령 시절에는 하루에 적어도 여섯 시간은 잤습니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건강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밤에는 새벽 한 시까지 일하느라고 다섯 시간도 못 잤습니다. 그래도 홀가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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