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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안되는데


BY 이쁜이 2018-09-25

추석에 힘들게 고생하시는 형님에게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말한다.

"아무때나 시간 날 때 오라고? 그래도 되는겨? 그럼 오늘은 못가고 내일이나 모래 갈께."

바쁘게 음식을 만드시며 혼잣말을 하신다.

"어제 돌아가셨다면서 그러면 내일이 발인인데 아무때나 오라고?  뻥일거야 분명히..."

우리 가족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무슨 전화냐며 초상이 났느냐고 물어보았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남동생 장모님, 그러니까 형님 올케의 친정 어머니, 우리 형님에게는 사장 어른이 돌아가셨다고 친정 올케의 전화를 받았다는것이다. 그런데  문자로라도 부고를 보내지 친정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불쑥 시누이에게 전화를 하여 아무때나 오라고 명절 지나고 와도 된다고 말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믿음이 안가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시누이 올케 사이가 안좋았는지 우리 형님은 올케의 말을 못믿어 했다.

"아직 안 돌아가시고 돌아가실려고 하니까 전화 했을거야. 그러니까 명절지나고 아무때나 오라고 하지. 저녁에 전화로 확인해보고 가든지 말든지..."

모두들 그럴수도 있겠다고 한마디씩 했다.
조카님이 한마디 웃음을 준다.

"엄마! 사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데 무슨 확인 전화를해요. 세상에 어떤 딸이 안돌아가신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말에 웃으면 안되는데 모두가 웃고 말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최소한의 신의는 품고 살아가야 하겠다는 무언의 교훈이다.

명절 전날 돌아가셔서 즐거워야 할 명절 모두들 망칠까봐 부고도 미루고 5일장을 선택하여 27일 발인 이라는 후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