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 날.오늘은 비가 왔다.
조용히 추적추적 내리는 그런 비가 아니다.
이따금씩 천둥 번개가 쳤다.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즐거운 걸 찾다가 이제는 도저히 영상 플랫폼에서 새로운 걸 찾을 수 없어서 언니 방으로 갔다.
언니 방에는 신간이 넘쳐난다.
책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지.
더 시간이 지나서도 누군가와 살게 된다면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주저없이 마구 사버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읽는데, 가벼운 즐거움에 워낙 길들여져있기 때문이다.
오늘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고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어디서도 본적없는 가볍고 발랄한 학원물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지가 한참됐다.
차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추석의 명동 사거리를 보니 마음이 흡족해진다.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조용하고 차 없는 거리를 요즘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연인으로서 나의 기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누워있지만 어느샌가 지쳐있는 것이다.
말하기 싫은 주제에 대해서 너무 많이 떠드는 것은 말하기 싫다는 걸 들키기 싫기 때문이다.
나도 얘기할 수 있어 그 얘기.
침묵을 다른 뜻으로 판단할까봐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이런 건 미숙하고 추하니까 좀 더 어른스러워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오랜만에 친구를 보러간다.
그곳에서 나혼자 떠올릴 추억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걸.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