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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 아줌마


BY 콩콩 2010-12-28



 

연예인이 아니기에 잘 모르는 아줌마!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대단한 아줌마 임은 틀림 없는 거 같습니다. 이 분 추천하고 싶습니다.

 

http://www.vop.co.kr/A000003486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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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조직을 뚝딱 만드는 사람"

도봉구 어린이 도서관 '도봉 아이나라' 이순임 관장에 대한 주변의 여러 평가 중 하나다. 그만큼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얘기인데,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은박지에 잘 쌓여져 있는 따뜻한 토스트와 원두커피 한 잔을 먼저 내놨다.

"아침 식사 안 하고 오셨죠?"

오전 9시에 인터뷰 악속을 한 터에, 기자가 아침을 안 먹고 나왔을까봐 토스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비록 토스트 한 조각이었지만 이순임 관장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하지 않았던 도봉동 '왕언니'

이순임 관장을 찾은 건, 그가 '아이나라' 관장이 되기 전에는 동네 아줌마였기 때문이다. 동네 아줌마라고 구립 도서관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 동네 아줌마가 구립 어린이 도서관장이 된 사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와 마주 앉아 동네 아줌마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듣고 보니 완전 평범한 아줌마는 아니었다.

이순임 관장은 1996년 인천에서 서울 도봉산 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얼마 안 가 동네 '왕언니'가 됐다. 그의 집 대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오전에 시간있는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러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시댁관계 잘 푸는 법, 남편 리드하는 법, 속상한 마음 술로 푸는 법까지 그의 '개똥 철학'은 젊은 새댁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위아랫집 엄마들과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문득 "이대로 집안 살림만 하다 인생 쫑 나는 것 아닌가"란 위기감이 생겼다.

이런 위기의식을 공감한 동네 아줌마들이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 또래또래'를 시작했다. 아동문학, 아동 교육서 등을 함께 읽고 아이들과 놀 수 있는 꺼리들을 찾아다녔다.

이 모임을 3년동안 진행했는데, 2001년 그는 '인생 2막'을 화려하게 펼치게 될 '도봉시민회'와 운명적 만남을 하게 된다.

"도봉구청 소식지에서 '교육 품앗이를 함께 할 엄마들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독서 모임 말고 더 역동적이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할 만한 거리를 찾고 있던 참이라 눈이 번쩍 뜨였죠."

그러나 불행히도 도봉시민회와의 첫번째 만남은 모임에 한 두번 참여한 뒤, 용두사미격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동네에서 자신이 직접 교육 품앗이를 조직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영어나 수학을 가르치겠다고 했던 생각이 점점 넓어졌다. 품앗이 하던 내용이 영어나 수학에서 자연관찰 등으로 바뀌었고, 엄마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삶과 교육관을 되돌아보게 됐다.

교육 품앗이 활동은 동네에서 호응이 좋았다. 활동내용을 회보로 만들어 돌리기도 했고, 회보를 본 도봉시민회측에서 사례 발표를 요청하기도 했다.

도봉시민회 활동가로 인생의 2막 시작

도봉시민회와 첫 번째 만남은 불발탄으로 끝났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도봉시민회에서 그를 놔두지 않았고, 이순임 씨는 2003년 시민단체 도봉시민회 활동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돌도 지나지 않은 다섯째 아름이(그는 딸 다섯을 낳았다)를 포대기로 업고 그는 교육 품앗이 모집 사업을 진행했다. 그의 손으로 13개의 독서모임과 9개의 교육 품앗이를 만들어냈다.

"생존에 대한, 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가진 재능을 잘 나누면 '자본 없이도 살 수 있겠다'고 의기투합했죠. 아빠 품앗이, 재능나눔 품앗이 정말 다양한 품앗이를 했어요."

예를들면, 동네 주부들끼리 반찬 품앗이를 하고, 한의사인 남편이 건강강좌를 하고, 사진기자인 남편이 디카 찍는 법 강좌를 하고, 바둑 강사인 남편이 아이들에게 바둑지도를 하는 식이었다.

그는 시민회 활동을 통해 동네 아줌마일때는 알지 못했던 자신 안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했다. 그런 그에게도 시련은 닥쳐 왔다. 지칠 줄 모르던 열정과 에너지도 서서히 바닥났다.

6개월 휴가를 내고 집안에 틀어박힌 그는 세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나는 왜 자원봉사를 하는가', '힘든 이 순간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그가 얻은 답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죠. 어렵게 얻은 답인데 쉽게 얘기해줄 순 없죠"(웃음)

속된 말로 날로 좀 먹으려 했더니, 역시 쉽지 않았다. 그가 얻은 답은 차차 기회가 되면, 듣기로 하고, 그는 휴식기를 거쳐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도서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순임 도봉 아이나라 도서관장

이순임 도봉 아이나라 도서관장ⓒ 이순임 제공



컨테이너에서 어린이 도서관 시작

도봉시민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도서관 사업을 같이 할 아줌마들을 모았다. 방범초소로 쓰던 컨테이너에 학교에서 버려지는 책을 기증 받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15명의 품앗이 아줌마들이 지역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후원행사 등을 열어 1년반 동안 모은 기금 250만원, 15명의 품앗이 엄마들이 10만원 씩 낸 기부금 150만원, 차입금 1백만원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컨테이너 간이 도서관 시대를 청산하고 어엿한 어린이 도서관으로서 발을 뗀 것.

초록나라 도서관은 이제 도봉동에서 어린이 책이 가장 많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발돋움했다. 또 도봉지역에서 보다는 전국적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초록나라 도서관장으로 도서관을 잘 키워온 실력을 인정 받아 이순임 씨는 지난 8월 1일 도봉구립 아이나라 도서관 관장이 됐다.

"공공도서관장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자본이 있으면 (도서관 사업을) 훨씬 더 잘 할 수 있으니까요." 자본없이도 초록나라 도서관을 훌륭하게 키워냈으니, 공공의 힘과 자본을 빌린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이순임 관장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북스타트 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의 첫 시작을 책으로 하자는 건데요, 보육과 육아를 도서관이 돕겠다는 겁니다. 북스타트 1기를 모집해 2기, 3기까지 꾸준히 해서 '공동 육아 동아리'로 발전시키는 것 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나라 도서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출발 신호를 듣고 뜀박질을 시작한 지 4개월, 이순임 관장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아이나라 도서관의 모습이 한껏 기대된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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