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독일인 지인이 다니는 직장모임에 온 가족이 동반했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 오라는 말에 한국가게에 가서 한국재료를 사서 음식 만들기에 돌입했다. 내가 준비해 간 음식은 잡채, 김밥, 새우튀김, 해물전 등이었다.
생생한 새우를 구하기 힘들어 냉동새우로 큼직한 튀김을 하고, 생선살로 해물전을 만들었다. 김밥은 오이, 계란, 단무지, 햄 등을 넣어 단촐한 김밥이어도 맛은 제법 있는 것 같았다.
김밥을 ‘스시’라고 아는 바람에 ‘김밥’이라고 가르쳐 주느라 진땀을 뺐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동이 난 음식이라는 점에 자부심이 생겼다. 한국음식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미처 몰랐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민간 외교사절단이 된다고 했던가. 어눌한 음식솜씨지만, 내 손맛이 한국을 대표하고, 각인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조금은 염려스러웠다.
독일음식은 소시지가 빠지면 그야말로 ‘오하시스 없는 사막’이다. 이날 뷔페식으로 차린 독일 음식들도 온통 소시지 투성이었다. 통통한 소시지, 얄팍한 소시지, 소시지 샐러드 등등... 그외에 여러 채소를 버무린 샐러드와 빵이 전부다. 이곳 독일은 채소와 과일, 고기가 풍부하다. 요즘 한창 맛이 일품인 씨없는 청포도는 우리집 고정 디저트로 자리잡았다.
▲ 뷔페식으로 차린 식탁.
이곳 사람들은 식사를 천천히 하는 편이다. 아주 조금씩 음미하는 듯이... 이런 느린 습성들이 내 남편에겐 여간 적응하기 힘든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밥을 먹을 때마다 몇 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뚝딱 해치우는 머슴 근성으로 우리집 식탁 한 자리는 늘상 ‘Game Over' 상태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근처 놀이터로 놀러나갔다.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아이들이 잘 따르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풍선도 불어주고, 페이스 페인팅과 각종 놀이를 창조해내는 등 아이들을 다루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밖에서 노는 사이, 어른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참석한 여성 중 댄싱강사가 있어서 앞에서 주도하며 율동을 리드한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들 활기찬 음악에 맞춰 몸을 굴린다. 그 모습이 정말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구제불능의 몸치인 탓에 난 박수만 쳐야 했다.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음악에 맡기는 그들의 몸놀림에서 나와 다른 이질감이 스물거린다.
▲탄츠강사의 리드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인기투표와 흥겨운 게임,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모임이 더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독일인들의 모임문화, 그리고 놀이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박경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