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여가 소요된다는 화련으로의 기차여행을 위해 좀 이른 시간에 모닝콜을 받고 서둘러 타이페이 역으로 이동하며
시작한 세째날 아침.
역사안에도 어김없이 세븐 일레븐은 있고 김이 술술 오르는 찜통 속에 만두랑 야자잎에 싼 밥,삶은 계란, 도시락등
온갖 종류의 간단한 식사들이 분주한 대만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개당 15원 혹은 20원-30원을 곱하면 우리돈-하는 만두와 계란,어묵,옥수수가 김올리며 차례를 기다린다)
타이페이 역에서 자강호 열차 편으로 약 2시간 40여분을 타고 가니 체감온도 몇도는 더 올라가는 화련에 도착.
대만의 5대 국제항의 하나이며 대리석과 태로각이 유명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찾아가는 태로각협곡도 해발 2000M가 넘어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순간 순간 귀가 먹먹하다.
간단한 점심을 들고 화련의 원주민격인 아미족의 공연을 보는데...너무 험한 산세 속에 궁핍하게 살아서일까?
민속 춤이나 볼거리가 아쉬울 정도였다.미국 인디언처럼 대만의 원주민들도 중국에서 밀려온 장개석 정부와
사람들에 밀려서 죄 산으로 산으로 쫓겨갔다고 한다.역사의 고된 수레바퀴가 여기서도....
잔잔한 아미족의 춤과 노래를 듣고 얼떨결에 같이 사진 찍어주니 금세 대리석 액자를 만들어와 대만돈 400원을
달랜다.이런 수입이 있어야 살겠지 싶어 얼른 지갑을 열어 건넨다.
사회자는 또 구성지게 돌아와요.부산항에를 부르는데....참..어딜가나 한국인 관광객이 넘쳐 한국가요 한 두곡쯤은
어찌나 잘 부르는지....
(곡괭이 ,삽으로 철교도 놓고 길도 만들고...그에 따른 많은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 장춘사~~!!)
(사방의 암석이 다 대리석입니다.)
여기는 해발 2000M가 넘는 태로각 협곡!
아찔한 강을 굽어보니 오금이 저려온다.
우리가 오기 며칠 전 강도 6의 지진이 있었다고 하는데....가이드의 해설이 압권이다.
온통 대리석으로 뒤덮인 이 산들은 평상시에도 조금씩 돌들이 떨어지는데 맞고 안맞고는 순전히 재수란다.....
오마나....세상에...너무 안전 불감증인거 아니야?
오른쪽 사진에 보다시피 1M 남짓한 가드레일만 쳐져 있는 좁은 길을 버스로 내달리는데 낭떠러지가 훠언히
내려다보이며 현기증이 절로 일어난다.
이 험한 산 속을 오로지 삽과 곡괭이같은 연장에 의지해 개발해냈다니 얼마나 고생이 자심했을까?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어 태로각 입구에 장춘사라는 절을 세워 그들의 넋을 위로 했다고 한다.
폭포위의 주황색 지붕의 저 절이 장춘사~~!!
실지로 보면 아득히도 높고 멀다.
그나저나 대리석을 채취하느라고 강물이 온통 회색빛. 마치 시멘트를 풀어 놓은 것 같다.
계곡 지류에서 흘러드는 물은 옥빛으로 반짝이던데....개발이란 이면의 어두운 그늘같은 회색빛 강물은 참 암담했다.
대리석으로 유명한 화련이니만큼 대리석 공장도 방문하고 대리석과 옥으로 만든 작품들도 둘러보고....
어르신들로 구성된 팀에서는 옥 목걸이,비취 장신구 사느라 여념 없으시던데,나는 수천만원하는 대리석 의자와
옥작품을 사진으로 담아왔으니 것두 괜찮은 쇼핑이다.ㅎㅎ
마지막 나흘째,중정 기념관을 방문하여 장개석의 면면을 사진과 자료로 알아보고 장개석과 그의 네번째 부인인
송미령의 결혼 사진을 보며 그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니 더 드라마틱하다.
중정 기념관은 온통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고 위풍당당하다고 말하던데 어째 나는 쓸쓸하게만 느껴지네.
지금 대만정부는 장개석의 그림자를 지우고 새로이 독립국가로 나아가려 애쓰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단다.이 중정 기념관도 없애려 한다는데 우리 가이드 아줌마는 될 얘기냐며 펄펄 뛰신다.
가이드 아줌마는 화교인데,우리네가 경제좀 살리지 하며 푸념 늘어놓는 것과 똑같아 사람사는 곳의 공통점에
고개 주억주억.
대만에서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기다리는 동안,
아! 시간은 왜 이리 많이 남아서 면세점을 들락날락하게 하는지.
위스키 몇병 사고 나오는데 책갈피 모으는게 취미인 작은 녀석은 특색있는 책갈피도 몇개 고르고 멋진 가죽 팔찌도
척하니 팔에 두른다.
남은 잔돈으로 커피 한캔 딱 뽑아 마시고 비행기에 오르니 창가로 붉디 붉은 노을이 장관이다
형용하기 어려운 저 붉고 노란 노을빛 추억들을 가슴에 켜켜이 쌓으며 집으로 가는 하늘 길은 그리 아름다웠다.
김성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