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속삭임
-모교를 찾아서
여기는 신창초중학교 후문입니다. 지난 날의 흔적을 찾아헤매던 중 후문이 문득 생각 나더군요. 뭐 아무것도 보잘건 없지만 그 시절은 후문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유독 많았었지요. 창언이나 명아 인선이는 물론 숲이 우거진 복호동이나 한원리에 살던 애신이 경국이 만열이나 영록이 영미 은희 춘자 경필이는 늘 드나들었던 문이구요. 저 역시 지각할것 같으면 늘 후문을 이용했지요. 후문은 정문처럼 그다지 삼엄하진 않았답니다. 그저 달음박질 하나면 충분했지요.
아마도 6년 내내 후문을 단 한번도 이용해보지 못한 친구도 있을까요? 그야모르죠. 등하교시에는 후문을 이용할 일이 없다손치더라도 청소시간이나 주번활동시에는 한 번 정도는 드나들었던 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늘 정도를 배우고 1등을 선호하곤 하지만 정작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더 확연하게 느낀 적이 없던가요. 난 후문을 보면서 여유와 낭만을 떠올립니다. 인자하고 자상한 우리 부모님 품같은 편안함도 느껴지구요.
지금 후문은 아스팔트길과 시멘트길이 경계를 이루고 있군요. 우리들이 뛰놀던 애육산의 이름을 딴 애육관과 또 한 교사가 눈 앞에 보이는군요. 한두발짝만 더 걸어가면 교직원들의 차량이 주차되어져 있구요. 바로 그 양편 화단엔 우리 모교이름이 쓰여져 있는 명찰이 보인답니다.
자주괭이밥, 털머위, 곰솔나무 등. 당시엔 그 풀꽃들의 이름이 아무런 감동을 주거나 한적은 없던데....... 지금은요. 그 팻말 하나하나에도 정이 느껴지더랍니다. 후문의 풍경이 많이 변한것처럼 우리들도 많이 변했어요. 아래는 그 사르비아 꽃이랍니다. 꽃말처럼 불타오르는 사랑을 느낄 수 있나요?
배롱나무의 연분홍꽃이 재잘거리는 아래에 진홍빛의 수줍음을 머금은채 그리운 열정은 불태우고 있군요. 작지만 하나하나 꽃송이들이 모여서 높고높은 하늘로 마치 치솟아오를것처럼......
진홍빛은 빛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빛일 겁니다. 우리들 친구 중 각양각색의 옷을 입는데 누구하나가 이 짙은 붉은 빛의 티셔츠를 입었다고 쳐요. 그 옷이 어울리든 안어울리든 우선은 다른사람의 눈에 확 들어올거예요. 그래서 그 옷빛깔만 보더라도 눈이부시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않을까요?
이럻게 말하는사이 난 그만 진홍빛 옷을 입고 싶어지네요.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어요. 바로 저 철봉은 우리들이 썼던 그거예요. 어린이 네명이 철봉에 매달리고 놀고 있는 모습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지금 이 위치가 말예요. 계단위의 향나무와 동상들이 서있는 곳이랍니다. 전 바로 계단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휑한 운동장에 아이 네이 노는 풍경에 한껏 매료되어서 말입니다.
추억은 바로 그런게 아닐까요? 입가에 잔잔한 미소 피어오르게 하는 느낌.
고동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