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연말이라는 다소 흥분된 느낌과 크리스마스 축제가 주는 흥겨운 분위기가 사람들의 기분을 술렁거리게 만든다. 곳곳에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시장’엔 선물가게와 먹거리들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베를린의 밤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낮을 방불케 한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이전 4주간을 강림절이라고 하며, 이때부터 성탄절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이렇게 시작된 크리스마스 축제분위기는 그해의 마지막 날인 31일 밤까지 이어진다. 이날 밤의 축제를 흔히 질베스터(Silvester)라 하는데,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밤늦게까지 폭죽을 터트리며 거리에서 노는 통에 다음날 1월 1일 아침엔 온통 거리에 화약냄새가 진동한단다.
지난 주에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갔다. 어린 두 딸은 화려한 조명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히 쿠담거리의 도로 중간에 놓여져 있는 산타할아버지 모형의 조명은 빨간색 빛깔로 아이들의 시선을 자극시키나보다.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산타할아버지 조명에 눈을 고정시키며 발을 떼지 못한다.
특히 쿠담거리의 오이로파센터 내부의 미니어처 모형의 ‘산타마을’은 네 살난 둘째아이의 생각주머니를 자꾸만 건드리는 것 같다.
가끔씩 독일어 단어와 한국말을 섞어쓰는 둘째아이는 아직 표현이 어눌하다.
“엄마, 저 할아버지 Nase(코)가 추워요”라며 산타할아버지를 가리키며 울상을 짓는 모습이 귀엽다. 아이가 보기에 산타할아버지가 추워보였나 보다. ▲ 쿠담 거리의 도로중앙의 산타할아버지 조명 ▲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트리 모습이지만, 화려하기 그지 없다. ▲ 아이들이 정말 환장하는 산타마을 미니어처- 오이로파 센터 1층 홀의 많은 공간에 장식되어 있다.
11월 말부터 주말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맛보는 것 같다.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리고, 직장모임과 여러 모임 등에서 크고 작은 축제파티가 이어진다.
토요일엔 남편 모임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다.
모든 축제에서나 마찬가지로 음식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햄을 곁들인 독일식 샐러드와 각종 케잌과 빵, 그리고 음료수 등 가지수는 많진 않았지만 풍성해 보였다.
사실 햄과 소시지, 샐러드가 주 메뉴인 독일식 요리지만, 적응하다 보면 깊은 맛이 느껴진다. 특히 따끈한 스프와 함께 먹는 맛은 나름의 풍미를 느끼게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각자가 준비해온 선물교환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을 준비했는데, 내가 받은 선물은 독일느낌이 팍팍 느껴지는 예쁜 목도리, 남편은 독일책,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작은 소품을 받았다.
축제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우리 식의 망년회의 느낌이 아닌, 가족이 함께 참여하며 선물교환 등을 통해 정감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 ▲ 크리스마스 파티 좌석들~ ▲빼놓을 수 없는 축제음식 ▲ 소시지들이 정말 많이 들어갔죠? ▲ 크리스마스 트리도 올려져 있고~~ ▲간단한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 과자가 보인다. ▲ 우슬라 할머니(아줌마?) 너무 예쁘죠?- 우리나이로 67세된 분이다. 나와 함께 공부하는 분... 그녀는 나에게서 한국어를, 나는 그녀에게서 독일어를 배운다
독일에서 내가 느낀 것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된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항상 변함없는 독일의 물가처럼 묵묵히 담소를 나누며 무뚝뚝하리만치 조용한 그들이 포착된다. 어쩌면 영욕으로 얼룩진 과거역사를 거울삼아 그들 스스로 절제를 강요받은 것은 아닐까.
열기로 가득찬 크리스마스 축제 속에 묵묵히 여유있게 탐닉하는 그들이 보인다.
궁금해진다. 그들의 즐김의 의미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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