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48

1박2일 남도여행-(1)


BY myho2 2008-03-27

 

 

구불거리며 흐르는 섬진강물 위로 그 기슭에 옹기종기 모인 마을 위로 또  산등성이로 들불처럼 번져가는 봄의 제전.
눈부시도록 찬란한 매화축제와 더불어  그렇게 남으로 남으로 흐르고 싶음.
그 환영에 사로잡히길 며칠...
비소식이 있다는 일기예보에 아랑곳 없이  불붙은 남도에로의 달뜬 희망으로 토욜 새벽 6시!드디어 서울을 나섰다.1박2일 짧은 시간이지만 ..어떠랴? 봄바람이 그렇게 나를 남으로 남으로 부르는 것을..!

8시즈음 금산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아침을 먹고 금산인삼시장에 들러 인삼까지 구입한 쏠쏠한 재미.처음보는 인삼시장인지라 나름 흥정도 한것 같은데 관전한 우리 신랑은  마수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한마디에 내가 완패했다나? ㅎ..그래도 2000원 깍았구만.

인삼 한채에 750g이라는데 5~6년근삼이 상품은 35000원정도,보통은 20000~25000정도,돌에 찍히거나 모양이 없거나 잔뿌리가 많은 것은 13000~18000정도의 시세로 거래되었는데,나는 25000원 하는 것으로 두채를 사서 한채는 저리 예쁘게 포장해서 엄마께 택배로 보냈다.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수삼세트 저렇게 포장해서 얼마에 파는지를 생각하니 그저 흐뭇한 마음 한량없네.

오후 늦게 비오리란 예보에 사람들이 좀 없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는데,보기좋게 빗나가고 장사진을 이룬 차량행렬에 기다리다 지쳐 어느 농가에 양해를 구하고 주차시킨후  매화 마을로 걸어서 갔다.가로수조차 매화인지라 하늘하늘 분분히 낙화하는 그 여린꽃잎에 발걸음조차 가벼웁다.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그러나 들고 나며 차량 때문에 엄청나게 기다리고 고생한게 사실인지라  12회째나 된다는 매화 축제의 연륜에 비추어  이렇게 교통대책이 부재해서야 원, 안타까운 마음이다.

절정기는 지난듯 하지만 부풀어 오른 치마처럼 살이 오른 산자락에 봄의 손길을 느끼기엔 그저 부족함이 없다.청매실 농장의 명물 수백개나 됨직한 항아리를 바라보며...투박한 옹기의 멋에 흠뻑 취해도 본다.

장흥의 천년학 촬영지는 아니지만 어디선가 송화가 나타나 섬진강 줄기따라 그렇게  흘러갈 것만  같다.요조( )한 매화꽃잎처럼 가벼이 그리고 정처없이.....

오랜시간 정체하며 매실마을을 빠져나오니 늦은 점심에 시장함이 무엇보다 두둑한 밑반찬.거기에다 소문난 광양불고기집이라는 한국식당을 미리 점찍어둔 상태라 진행이  물흐르듯 하다.입에 살살 녹는 불고기맛에 5인분을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먹고 된장찌개와 밥한공기도 거뜬히 비우니 다음 목적지인 여수 진남관으로의 행보에 팍팍 힘이 실린다.

진남관은 국보 제 304호로 전남 여수시 군자동에 위치해 있다.1598년 선조 31년 건립한 건물로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시 수군의 중심기지가 되어 승리를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현존하는 지방관아로서는 최대규모라 한다.임진왜란시에는 삼도수군 통제영이었다니,풍전등화 같은 나라와 백성을 살리기위해 절치부심하셨을  이순신 장군의 고뇌어린 모습이 여기 저기 어른거리는 듯 하다. 객사 에서  돌산대교와 바다를 굽어보니 죽기를 다해 싸워 나라를 살린 처절한 이 땅의 기록들과  고독한 영웅의 역사가 사뭇 코끝 찡하게 다가온다.마침하게 한 방울 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니 날씨가 내 맘을 알아주는 것일까?

돌산대교를 지나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여수 향일암으로의 힘찬 행진!녹록치 않은 행보였음에도 울 집 형제들 기운이 펄펄 넘친다.일주문을 향해 두손 합장하고 걸어가는 경건한 모습에 가지런한 돌계단이 어서오라 반갑게 손을 내민듯하다. 

대웅전으로 들어서 108배를 올린다.날렵한 큰아들이 제일 먼저 절을 마치는데 어찌나 대견스럽든지.경건하게 법당을 물러나오니 빗줄기가 조금씩 더해가고 절마당에도 어둑어둑 어스름이 내려 앉았다.신비한 바위 사이의길을 따라 대웅전 뒤쪽 관음전과 해수관세음보살상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원효스님이 좌선하셨던 자리에 앉아 고요히 참선도 해본다.남해를 향해 있는 좌선대에 앉으면 무릇 중생이지만 가슴 툭 트이는 법열 근처에는 가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생기니...나는 어쩔 수 없는 중생!..ㅎ

향일암을 내려오며 바라본 광경은 반짝이는 불빛의 포구와  바다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다.휘황찬란한 돌산대교를 건너며 아름다운 남도의 밤에 한껏 매료된다.포근하고 따사로우며 정겹고 수려한  풍광들에 넉넉해진 마음이 부드러운 봄비속으로 긴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하늘과 바다가 다르지 않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김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