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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3)-①충무공,님의 넋을 기리며(한산섬)


BY myho2 2008-07-03

 

 

통영으로 향하는 내내 하늘은 차분히 어두웠고,간간히 혹은 좀더 격렬히 흐느끼듯 비를 쏟아내셨다.오랜 역사속 숱한 위인들을 존경하며 흠모하는 맘이야 하나 둘이 아니건만 내 삶을 관통하며 저리고 아픈 경외와 흠모는 늘 하나로 집중되어 오롯이 한분 그에게로 향한다.

충무공 이순신...!

코가 있다는 이유로 베어져 코를 잘리우고  전리품으로 거두어지는 볏단같은 백성들앞에  먹물 꽤나 먹은자들의   문장과 수사와 의논은 화려하고  아름답고 모호하며 교활하기 이를데없어  백성을 먹이고 입히고 거두며 훈련시키는 그의 존재에 겁먹어 종당에는 그의 뼈를 으깨고 살을 저민다.그가 없는 우리의  바다는 倭의 분탕질로  유린되고  교묘한 수사와 시기에 불타던 말많은 자들은 너덜거리는 육신을 거적처럼 두른 그를 초조히 종용하여 빈바다로 내몬다.지켜달라고....


중언부언하지 않으며 간결하고 직선적인 낱낱의 눈물나는 武人의 기록과 詩. 인류사에 빛날 숱한 海戰들!
나는 그의  한 행보라도 더듬고져 통제영,통영으로 ,학익진으로 대첩을 일궈낸 한산섬으로 기꺼워 나선다.내내 얼굴을 적시듯 뿌리는 비.오열하듯 내리는 비.하늘은 요즘 자주 운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30여분 남짓하니 한산도에 도착한다.이충무공께서 삼도수군통제사를 제수받아 한산도에 본영을 설치하였을때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하던 곳으로 그당시는 운주당이라 했다는데 정유재란때 불에 타 소실된것을 영조때 다시 복원하였다.댓돌위에 올라서서 가만가만 학익진을 짜는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必死卽生 必生卽死'
명량으로 나아가기 전 공께서 쓰신 휘호가 생각난다.일생을 必死의 정신으로 그렇게, 죽음을 삶앞에 벼려두고 담금질하셨을 모습에 작은 울먹임조차 부끄러웁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아니라 절박하고 절절한 우국충정이 절로 느껴지는 공의 시를 수루에 올라 읊조리며 한산만을 굽어본다.긴칼을 두르고 고뇌하는 장수 이충무공.피로 적신 조선의 산하를 밝히는 무심한 달과 피리소리에 창자를 끊는 아픔으로  시름하는 공의 모습은 숭고하다.제승당에서 회의를 마치고 휘하를 물리친 후 잠들지 못하는 숱한 불면의 밤을 수루에 올라 허깨비처럼 번뜩거리는 적을 조이고 겨누기를 몇밤이셨을까?......섬이여.바다여.너희는 알고 있겠지?


 

수루에 올라 공께서  바라본 바다를 바라보며 콧날 에이는 가슴벅참을 애써누르고 충무사로 살짝 발걸음 돌려 공손히 향을 피우고 예를 올린다.장군이시여~~~!!! 당신을 사모하는 걸음걸음들이 뼈와 살을 으깨 지킨 이 땅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오리다.조아린 어깨너머로 빗물에 씻긴 한산섬이 푸르게 날개짓을 한다.울음끝이라 섬은 투명하고 말갛다.

충무공께서 부하들과 활쏘기를 연마하시던 한산정에 다다르며 공의 흔적에 한걸음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시늉 해본다.과녁까지의 거리가 145M라하는데 활터와 과녁사이에 바다가 있는 곳은 이곳뿐이란다.밀물과 썰물의 교차를 이용해 해전에 필요한 실전거리의 적응훈련을 하셨다 하고 내기를 하여 진팀에서 떡과 막걸리를 내어 배불리 먹었다는 난중일기의 기록에 사람과 산과 바다를 두루 품어 안으신 공의 크나큰 사람됨을 다시금 요량하고도 남음이다.총총걸음으로 한산정에 빼곡하니 발자욱 찍다.어느 곳에선가  필히 공의 발자욱과 내 발자욱이 마주치리라.혹은 그의 발자욱을 따르고 있으리라..... 심호흡 가다듬으며 과녁을 향해 팽팽한 시위를 소리없이 당기고 놓아본다.내 마음이 꽂히는 자리...말없이 산하를 지키는 무수한 민초들의 자리.

 

 

통영으로 돌아오는 페리에 탑승하니  다시 시작된 빗줄기!  
海霧 가득한 바다위로 한산섬은 아득히 멀어지지만 충무공의 호국정신으로 충만한 가슴은 뜨겁기만 하다.선미에 나부끼는 태극기와 더불어 한산만에 그득한 님의 넋을 기린다.

 

 



김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