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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BY 풍경 2000-07-25

하루에 한번쯤을 들러 여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여자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이야기..
결혼 10년째인 두아이의 엄마지요.
지금껏 너무 터프한 남편의 그늘아래 시어른들의 귀염을 받으며
그나마 문제없이(?) 그냥 살았습니다.
근데요. 요즘 자꾸만 허한 생각들이 밀려오는 거예요.
며칠전 시할머니 생신때 아주 사소한 일로 인정받았던(?)
제가 도마위에 올라 간 겁니다.
기죽은듯 살아온 제가 내조를 잘못했다느니...
앞이 캄캄했어요. 머리에 쥐가 날것 같아 울음으로 대신했지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진 건 없어도 작은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사는데...
공무원이였던 남편이 일년 전 사표를 소리없이 내던지고
흙이 좋아 흙으로 돌아 갈때도 시댁식구 누구하나 제 편은
없었어요. 조금만 더 참고 견디라는 제 얘기는 바람이였나 봅니다. 남편의 시골생활이 시작 된 겁니다.
물론 저는 아이들과 도시에 살지요.
같이 사는것을 모두 원치 않았기에...(5년전 살아본 적 있거든요.)
불같은 성질의 부자(아버님과 남편)가 종종 엇갈리는 대립을
할 때도, 어머니의 더욱 고달픈 노동이 있을 때도 저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같이 주말이면 들어가 맛난것 해 먹고 오기가 싫은 겁니다.
어른들의 눈치만 살펴지는 자신이 싫고, 아빠의 새까맣게
그으른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기도 싫고...
제가 참 나쁘죠?
보이지 않는 어른들과의 갈등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지금껏 맏며느리로서 인정받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직장이 바뀜으로 해서 조금씩 미운틀이 박히나 봅니다.
예전엔 그랬어요.
아이들 유치원에 결석을 하면서 까지 시댁에 들어가
즐거이 보내고 왔지요. 주말이면 거의..
근데 큰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주위의 친구들을 보게 된 거죠.
때론 놀이공원에도 데리고 가야 되겠고...
아실려나?...
너무 보수적인 터프한 남편.
남편앞에선 시댁이야기 할 수 없지요?
남편은 저보고 시골일 하라는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저에 대한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마음이 항상 무겁습니다.
체구작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도 없지만요...
전 그럽니다.
나의 임무는 아이들 키우는 거라고...
더이상 나에게 바라지 말라고...
새까맣게 그으른 모습으로 날마다 출퇴근 하는 남편을
보면서 화가 치밀면서도 때론 안스럽고...
맞추며 살아가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은데 제 마음 다스리기가
힘이 드네요.
괜시리 떠든건 아닌가...
너무 두서없이 적은 것 같네요.
모나지 않게 살고 픈데...제가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