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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요?


BY 슬픈이 2000-08-23

결혼한지 벌써 4년째, 남편과 아들아이 하나.

남편은 4형제중 막내입니다.
형님들이 셋이나 있어도 막내인 저희가 결혼하자마자 홀시어머니를 3년정도 모시고 살았습니다.
형님들은 결혼한지 10년이 넘도록 시어머니 한분 계신데, 아예 모시고 살 생각두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모시구 살면서 형님들한테 생활비한푼 안받고 살았습니다.
형님들이야 시어머니께 용돈조로 다달이 드렸지만, 시어머니 역시 한번도 반찬하라구 돈주신적두 없을뿐더러 뭐하나 사온적도 없구 같이 살면서 제 아들 백일때두 아무것도 안해주셨답니다.
그래두 시아버님 돌아가시구 고생하신 세월이 10년이 넘어 힘드셨다구 저흰 아무말도 않구 살았습니다.

남편월급 겨우70만원 가지구 그렇게 살았더랬습니다.
정말 허리졸라가며 살아두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구요.
형님네들은 앓는 소리하면서도 집에 가보면 필요한건 다 장만하고 살고 있더라구요...에어컨같은것두요...

아예 큰형님네랑은 담쌓고 사시는 시어머니.
제가 시집오자마자 담석증으로 수술까지 하셔서 없는 형편에 제가 몰래 가져온 돈으로 병원비며 퇴원해서 뒷수발에 식이요법까지 정말 힘들었답니다.

애기가져서두 일하다가 유산기미가 보여 통원치료를 받다가 위험해서 입원치료 일주일하다 직장을 그만뒀죠.
형편은 더 어려워졌구요.
잘 먹지두 못해 뭘좀 사다놓으면 임산부였던 제게 돌아오는게 하나두 없었답니다, 기가 막히죠?

그런데 맘편하게는 못해줄망정 동서들끼리 이간질이나 시키고 모시고 사는 절 온갖 험담을 했다더군요, 나중에 셋째 형님이 얘기를 해주더군요.
임신 막달에 정말 쇼크받았죠, 있는 사실이었으면 그래두 내가 잘못했으니까 하겠지만 없는얘기를 지어 했으니 정말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어 남편과 이혼을 생각해보기두 했답니다.
내가 진심으로 대하는데 왜 시어머니나 다른 사람은 그러지 못할까 하면서.
그래두 참고 살았죠.

근데 또 IMF가 터지고 남편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몇달을 그렇게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서 분가를 해나왔습니다.
도저히 우리로서는 시어머니 살림을 감당을 못하겠었거든요.

아파트라 다달이 들어가는 관리비며 전화요금도 한달에 몇만원씩, 게다가 시어머니앞으로 나오는 재산세외 모든 세금들...
공과금과 관리비만 해두 한달이 이, 삼십만원이 넘었구요, 워낙 반찬투정이 심한 분이라 고기반찬이 없거나 입맞에 맞는 반찬이 없으면 밥안드셨으니까, 들어가는 식비두 만만찮았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나왔습니다.
친정에다 돈빌리구 제가 그동안 허리졸라 모은돈 합쳐서 조그만 전세하나 얻었습니다.
남편 취직은 날이 갈수록 힘들고 이리저리 카드 긁어 현금서비스 받아 생활비하고 그러다보니 사방에 빚만 걸려서 정말 힘이 듭니다.

남편은 그렇게 꼬박 2년 가까이 직장을 못잡고 집에 있었답니다.
그래두 다행스럽게 두어달전에 취직이 되어서 직장을 다니고 있답니다.
그렇게 몇년안된 결혼생활에 진 빚이 삼천여만원...
벌어도 뭐할 지경인데, 빚이 이렇게 널렸으니 정말 머리 아파요.
한달에 겨우 편하게 지내는 날이 며칠이나 될른지.
카드결제때마다 신경 곤두세우고 지내야 하고 이리 저리 갖다 메꿔야 하구.
아들아이한테두 다른 애들처럼 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구...
친정에두 면목이 없구요.

오늘같은 날은 더 힘들어서 정말 누구 잡고 펑펑 울고 싶은데.
그래두 이때껏 밝게 살아왔는데, 오늘은 정말이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어서 너무 우울해지네요.
저보다 더한 사람들두 많이 있는거 알아요.
아직 젊은데 희망두 많은데 그래두 오늘은 맘을 추스리기가 힘이 드네요.
결혼생활동안 얻은건 홧병뿐이고, 그 홧병이 오늘 도져서 영 힘드네요.
술이나 한잔 해야겠네요.
남편도 오늘은 일때문에 늦게 온다구 했으니, 아들 재워놓고 한잔 하구 누구에게 전화걸어 펑펑 울어버리면 속이 시원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