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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버릇고치기(4)


BY 은영 2000-10-05


저녁나절 돼서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 써방님 화가 가라 앉을 시간은 기다려 줘야 하기때문에.......
"여보세요...."
목소리는 평상시처럼 멋있다.
조금 안심하고
"나야~~~~~~~~~~배고팠어?.......
많이 늦었어?.........."
다시 열받는지 말이 없다.
"일찍올래~~~~ 자기가 좋아하는 우럭매운탕과 아구찜
해놓을께......."
그래도 말이 없다.
"나 목욕하고 기다릴까?..........기다릴께...."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였는지라 내 할말 다 했으니 전화를 끊었다

그날 저녁
저녁상을 평상시 보다 보기좋게 차려놓고 기다리니
눈꼬리는 아직도 상투끝에 달려있고
입술은 한일자로 굳게 닫혀진 얼굴 그대로 입성한다.

그렇잖아도 예쁜목소리 한고조 더 가다듬어
"배고프지~~~~~~~얼른 씻고와~~~~~
내가 씻어줄까?.......ㅎㅎ......"
"저리가!............"
내 한일은 다했다
난 여기서 퇴장하고 식탁에서 기다리면 되는것이다.
남편은 아마 씻으면서
속으로 오호라~~~~~~~~ 쾌재를 부를 겁니다...니 잘못 니가
아니깐 니가 여수짓한다고.........조금만 더 화내고 풀자하고 생각하겠죠.
뒤이은 날벼락이 있다고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그동안 제가 해온 행동이 있으니깐...........

저녁을 먹고 후식을 마친다음 난 애들과 남편에게
통보를 했습니다.

"나 내일부터 그 누구도 안깨워!
회사가기 싫으면 가지말고
학교가기 싫으면 푹 자........
그러기 싫으면 각자방에 시계 맞추어놓고 잠들자.
하늘같은 써방님의 땅도
세상무엇보다도 바꿀수 없는 우리 보물과 대들보의 모친님께서
시간맞추어 일어나서 밥만 할꺼니깐 그리 알구 알아서 행동들
하시라요~~~~~~~~~~~~"

덜 익은 감 씹은 떨떨음한 표정을 짓는 써방님과 두 녀석을
뒤로한 채 난 아무렇치도 않은 척 방으로 들어가 하루일과를
접었습니다.

다음날
설마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죠.
시간 맞추어 일어나 밥했고
강씨 성을 가진 세 사람은 그날도 어제처럼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먹어야 했습니다.

다음날
또 다음날도...........
며칠을 말을 안하고 쌍라이트만 밝히고 다니던 남편....
"나 오늘도 늦었어, 내 일도 늦으면 시말서 써야 할지도 몰라!"
퉁명을 떤다.
그런다고 내가 눈깜짝할쏘냐?...........
"짤리면 할 수없지 뭐..........
그럼 집에서 자기가 살림해
자기가 나 15년 먹여 살렸으니깐
지금부터 15년은 내가 자기 먹여 살려줄께..........
걱정마 ! 걱정마....!
설마 산 입에 거미줄치고
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요로 삼아 살려고.......
자기가 벌어오는것에 반도 안돼겠지만
우린 남들보다 사~랑이 있잖아
모자르는건 싸~~랑으로 채우면 돼지. 안그래?...."

난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으면서 큰소리만 쳤다.
뒤가 약간 걱정돼지만.......
여기서 기가 죽으면 어제 오늘의 내 공작이 말짱 도로묵으로
변하는데 그럴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어이없어 말문도 못여는 써방님을 바라보니
왜 진작 이렇게 못하고 살았나 후회가 막심했다.
사람이란 강하게 나오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법인가보다.

지금 우리써방님은요~~~~~~~~~~~~
먼저 일어나 거실에 불 밝히고
현관에서 신문과 우유꺼내오고
냉장고에서 손수 물을 꺼내 드시는 아주 예쁜 써방님으로
변했습니다.



즐거운 저녁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