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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ㅜㅜ


BY 막내딸 2019-01-17

95세의 아버지가 힘든 이유.



당신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이 1도 없다.



옛날옛적부터 그런 성격이었다.



무엇이 고장나면 여러각도로 생각해야하는데,



편파적인 사고밖에 못 했다, 젊었을때에도!



50년 다 된 집이 누전으로 인해 전기가 나갔을 때에도, 



전기기사가 아무리 "천장에서 빗물이  스며드는곳이 있었나봅니다."라고 말을 하는데도,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언성을 높인다.



어쨌던 누전이 되었고, 전기가 나갔는데  다른 이유를 어디서 찾을것인가?



손잡이 하나 고장이 나도 '오래써서 부식이 될'수도, 마모가 될 수도 있는건데,



덮어놓고 누구하나를 잡는다.



어릴 땐 막내인 내가 늘 그 화살을 받았다.



"네 손은 뭔데 네 손만 닿으면 죄다 망가져?!"



억울하고 분했다.



이젠 내 자식이 그 타겟이다.



뭐만 망가지면 내 작은아들 탓이란다. ㅋㅋㅋ





삼킴장애가 생겨서 자꾸만 사레가 걸리고, 가래가 끓고 난리도 아니다.



음식이 문제라는것이다.



"스프먹으면 기침 나!"



"빵먹으면 기침 나!"



"고기는 질겨서 못 먹어!"



"고기에서 냄새나서 못 먹어!"



"한우라고? 한우 아냐! 한국땅에서 컸다고 다 한우냐?"



"한국땅에서 자란 젖소도 한우야!  이건 젖소인가보네!"



"고등어 냄새 나서 못 먹어!"



"이 갈치는 생물이 아니야? 냄새 나!"



"죽 안 먹어, 기침 나!"



"이 과자는 달기만 하고 맛없어 안 먹어!"





상에 올릴 게 점점 가짓수가 적어지는데,



"맨날 똑같은거야? 먹을 게 없잖아!"



민어매운탕이 드시고싶대서  해드려도,



"내가 어릴때 먹던 그맛이 아냐!"





왜...본인 입맛이 변할걸 모를까?



오십넘은 나도..입맛이 변하고, 잘 흘리고, 사레도 잘 걸리는게..늙음의 징조인걸 알겠는데...



주머니라도 두둑하면 몰라.



내새끼는 아무거나 줘도, 노인네 입맛 맞추려고 나름대로 고군분투중인데, 늘 식사를 못 하겠다며 양미간을 찌푸린다.



한 입삼키고 사레들어 기침하고, 물 마시다가도 사레들리고, 코까지 풀어가며..식사시간 내내 난리법석이다.



이런생각하면 안되는데 가끔 역겹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저럴까만은...



고집이 황소고집이라..말을 안 듣는다.



그렇게 못드시니 일주일에 두번씩이라도 병원가서 영양제라도 맞자고해도 거절한다.



단백질보충이 시급해서 계란후라이를 매번 놓는데, 노른자만 떠먹는다.



노른자가 터지면 안된다.



하나남은 계란으로 후라이하다가 노른자라도 터지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안 먹을게 뻔하니까..



닭 죽을 끓인다.



닭고기​​​​​​를 잘게뜯어 죽을 끓이면 어떡하든 닭고기만 밀어낸다. 그것도 참 기술이다.



환자유동식 캔을 사서 줬다.



싫단다.



목구멍에 막혀서 소화가 안 된다고 안 먹는단다.



나는 초조해진다.



단백질!!!어떡하지?



우유에 조금씩 섞어서 준다.



그건 마신다.



두유도 준다.



나도 볼 일이 있어 나가야하는데, 잠시만 나갔다와도 삐져서 도끼눈이 된다.



그옛날 엄마도 못 나가게 했다.



엄마친구의 전화는 따버리고 안 바꿔주곤해서 대판 싸우기까지했는데도 아랑곳이 없다.



아버지의 문제점은 크게 호통치는게 아니다.



차라리 호통치면 맞서 싸울텐데 절대 안 그런다.



대신 같은 행동을 계속한다.



질긴사람이 이기는것처럼..



삼시세끼 차려내는게 너무 어렵다.





낮잠을 3시까지 자면 그때까지 스탠바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기다린다.



아침에도,  어떨땐 7시에 일어나고, 어떨땐 10시에 일어난다.



난 꼼짝없이 스탠바이다,



나도 나가돌아다니고싶다.





친구라도 만나려면 이제 고등학교졸업하는 작은아들한테 할아버지를 맡긴다.



이제 그것도 3월이면 끝이다.



지방대기숙사에 들어가야하니까ㅜㅜ



나도 내엄마처럼 치매가 올까겁난다.



40대중반부터 시작한 이 감옥살이가 50대 중반이 넘어가고있다.





그나마..



대소변 받아내는삶이 아닌걸 감사해야하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