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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오지 말아야할 것과 지켜야 할 것.


BY 사교계여우 2021-01-25

1. 우울증
병원을 간 건잘 한 일이었다혹자들은 병원에 가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사회생활하기도 어렵고 번듯한 집안과 결혼 할 때 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아무리 사회인식이 바뀌어도 정신과 기록은 낙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싼 돈을 주고 상담을 받고 한의원을 가는 거라고정신과가 아닌.) 하지만 나는 마음이 아프다고 느꼈을 때 병원을 제일 먼저 갔고 그 결과 빠른 회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강한 약은 두달정도약한 약은 한달 정도. 지금은 수면제 없이 가장 약한 안정제만 저녁에 한번 먹는다곧 끊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물론 약이 전부는 아니었고내가 마음이 아프게 된 원인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도움이 많았다
나의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자고 눈물이 많이 나는 것이었는데약을 시작할 때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효과는 점점 나타났고어느 날 약을먹는게 너무 처지는 것 처럼 느껴질 때 조금씩 끊을 수 있었다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도 상처였다가지금은 속상한 걸 털어놓는 수다같은 느낌이 되었다
가족들이 있어서 고맙고 다행이었다처음 내가 못 견디고 울면서 병원을가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 차를 운전해서 나를 병원으로 데려다 줬다병원을 간다는 일이너무 죄책감이 들었다언제나 최선을 다한 엄마에게 갑자기 나 같은 딸이 있다는게 너무 미안했다가는 차 안에서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했다엄마는 울지않고 나에게 괜찮다고 했다누구나 아프면 병원을 가는거라고나는 더 눈물이 났다아빠는 내가 약을 먹는 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언니는 내가 침체 되지 않게 하려고 많은 선물을 주고 자주 말을 시키곤 했었다내가 약을 먹는 내내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칼로 저며지는 듯한 느낌일지 다 알면서도 나는 나를 먼저 생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다시 웃어줘서고맙다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엄마가 없었더라면 회복하지 못했을 것 같다
누군가나처럼 아프다면 병원을 먼저 가라고 하고 싶다참으면 병이 된다병원을 가는 거아무것도 아니었다세상이 무너질 거 같았는데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너졌을 것이다넘어지면 아프고 아프면 병원에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간단한 일이다
 
2. 코로나19
올 한해는 코로나를 빼 놓고는 말할 수 없다. 1월에만 해도 이렇게오래 갈 줄은 몰랐지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날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백신은 맞아도 되는건지해외는 나갈 수 있는 건지 미지수처음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에 회의적이었는데지금은 안 쓰면 안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그 와중에 마스크 스트랩은 정말 좋은 발명품이고나에게 가장 편한 마스크를 찾아 헤매다가 지금은 크리넥스 94로정착했다나무가 많은 곳에 가서 나무냄새풀냄새꽃냄새를 맡으며 편하게 숨 쉬고 싶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니부모님을 모시고 유럽자유여행을 간 것이 참큰 추억이 되었더라여행 이야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코로나가 없어지기만 한다면 다시 부모님을 모시고 자유여행을 떠나고 싶다
 
3. 회사
회사를 다니며 내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또 사람을 힘들어 하는 것도 알았다원래 일보다는 사람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거라고 많이들 그러더라정말 사악한 사람들도 보고천박한 사람들도 보고상종하지 말아야할 사람들도 보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 가장 우울한 일이었다회사를 그만두면 먹고 살 길이 있을까모아둔 돈도가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우울했다.(회사를 들어오기 전까지는 돈에 대해서혹은 미래에 대해서 이런식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부모님한테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였다힘들게 들어왔으니까아직 일이 좋으니까 지금은 그렇게 다니지만 때가 오면 미련없이 그만 두고 싶다그 때를 위해서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운이 좋다고 말한다부인하지는 않는다누구는 몸까지 팔아가며 살아 남아있는 회사에 실력으로 들어왔다는 게 이상한 회사니까나는 무척 힘들었는데누구누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쉽게 들어왔더라그렇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회사는 아니다연봉이 높기를 하나처우가 좋기를 하나물론 업계에서 유일무이이걸 하려면 우리 회사가 최고 인 건 확실한데 속빈 강정모두그걸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일이 재미있는 거그거하나 나를 버티게 해준다
 
4. 단점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단점솔직한 거잘 숨기지 못하는 것도 단점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도 단점이 세가지를 기억하고 있어야 사회생활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잘할 수 있을까.?
 
5. 올해
그래도 올 한해 잘 한 건아빠 생신을 잘 축하드린 것틈틈히 여행을 간 것회사를 버틴 것하필 아빠의 생신쯤에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서 아예 식사자리를 못하게 될까 싶어 부모님과 나 셋이서만 스시조에가서 조촐하게 축하했다그러다 단계가 낮아져서 라세느에서 친척들과 식사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딱 아빠 생신 날오랜만에 함박 웃음을 짓는 아빠를 보니 좋았다부모님 나이가 되면 남매들이 부부동반으로 모이는 일이 쉽지가 않다그래도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여행도 가기 쉽지 않은 한해였다단계가낮아질 때만 조심스럽게 다녀왔다예년에 비해서는 간 것도 아니지만. 5번도 채 안 되는 것 같다아빠 생신을 여러 방식으로 축하하고 싶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잘 한 것회사는 버틴 것고비고비마다 잘 버텼다포기했다면 더 힘들었을거야
 
6. 사람
1월에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다시 봤다인생에서 다시 없을 행운이라고 해도 좋다나를 인정해주고 응원해주고진심으로 걱정해주고감사했다오랫동안 연락 안 했던 친구에게먼저 용기내어 연락했다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그러다가 멀어졌던 계기가 떠오르면 괴롭지만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싶다그래도 나를 이토록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몇 없으니까.가장 친한 친구 두명은 외국에 있어 자주 보지 못하지만 우울증으로 괴로워 할 때 가장 마음 편히 편견없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나의 인간관계가 빈곤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래도 이 둘이 있기에 그래도 나는 인생을 헛 살지 않았다고 느끼게해준다. 다행이다. 감사하다. 나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걱정해주는 외국친구들. 가끔 연락하는데도 참 좋다. 내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그들은 나에게 언니 오빠처럼 잘해준다. 변하지 않는 관계라는 것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멀어진 친구 두명은 멀어지길 잘 한 것 같다한번 연락했다가 다시는연락 안 하는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는 걸 깨달았다미련두지 말아야지.적당한 거리가 있는 친구는 일년에 두어번 쯤 만나지만 그래서 그게 섭섭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 유지하고 있는 거라고 느낄 때도 있다그나마 있어서 다행인 친구회사 사람들은 아무리 좋아도 친구가 될 수 없다내가 이 사실을 뼈 아프게 느꼈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때도 있다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친구와 동료는 다른 것
 
7. 내년
내년에 해야할 것을 생각해보았다
1.   직접 운전하고 다니기. – 엄마가 항상 도와주셨는데이제는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다닐 나이엄마의 즐거움을 뺏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나도 이제 스스로자립이 필요한 때라고 느낀다
2.   치과가기. – 가기 싫어서 버텼는데 더이상 버티면안 될 것 같은 예감
3.   돈 모으기. – 그동안 쓸 줄만 알았지 모으는건 할 줄 몰랐다뭔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한달에 생활비를 반으로 줄여본다던가재태크를 한다던가생각해 봐야겠다.
4.   집 사기. – 이렇게 비쌀 때 집을 사는 것이과연 좋을 것인가그렇지만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 감에 나만 집이 없어 자괴감이든다가능 할지는 모르지만 도전
5.   건강해지기. – 운동을 하나라도 시작해보는게어떨가 싶다필라테스가 가장 관심이 가는데 안되면 걷기 운동이라도뭐라도 해야지
다섯가지 중에 지킬 수 있는 것이 몇가지나 되려나세개라도 한다면성공그리고 행복해지기가족과 함께이건 반드시 해야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