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팥지엄마 조회 : 259

[14회] 옷장을 정리하다..

몇년전 올캐언니가 마흔앓이를 한다고 할때  겉으론 위로하지만 속으로 별지랄을 다한고 생각했다.
막상 내가 마흔이 되고 보니 세상이 너무 서글프다.
내나이 마흔이면 통장에 잔고도 좀있고, 애들도 어느정도 커서 지할일들은 알아서 하고, 신랑은 착실(??)해 질줄 알았다.
그러나, 잔고는 여전히 바닥이요, 애들은 컷다고 목소리만 키웠지 여전히 손이 많이 간다.
신랑은 착실해지기는 커녕 부실해졌다. 이젠 고장이 날까봐 뭐 시키기도 어렵고 어찌나 삐침도 많은지..
우아한 중년의 삶을 기대해왔건만, 여전히 언제 했는지 기억도 잘안나는 파마에, 맨얼굴에 팥지어멈처럼 애들에게
소리지르고, 신랑에게 바가지 긇는 억척 아줌마가 됐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시점에 늦은 겨울 옷정리를 하며 세삼 나는 뭔가 생각했다
식구별로 시스템상자를 구매해 인덱스까지 붙여놨는데, 내상자는 휑하다.
나 지난 겨울동안 출근할때 뭐입었지??? 겨우 내꺼라고 꺼내놓은 애들은 자리를 잃은 세간살이마냥 처량하고 처참하다.
올 겨울엔 정말 다시는 못입을 낡고 꼬질꼬질한....
그중 번듯한것은 회사에서 나온 등산용 점퍼하나. 그래 저거 하나로 지난 겨울을 버텼지...
많이 추우면 내복이랑 내피넣어서 입고... 애들은 자라서 못입는 옷을 정리한것도 이만큼인데 나는 4계절 모아 한상자도 안되네..
이번엔 기필고 내 옷을 좀 사야지.. 라고 결심하는 순간...
낼이면 어버이날이라 시댁에 찾아뵈야지 빈손으론 못가잖아 지난번에 수입산 소고기라 싫어하시던데 이번엔 한우로, 그렇다고 한우샀다고 빈손으로 가면 선물은? 하실텐데.. 에고 친정엔 작년 초파일 등값도 못드리고 있는데, 올해 꼭 정산해 주마 했는데..  이럴줄 알았음 결혼재테크를 잘하는건데. 이주식이 대박종목인줄 알았는데 쪽박종목일줄이야...
올 봄도 지난 봄에 입던 애들로 어떻게 지내야 겠다. 여보... 우리집 세탁기 고령이라 빨래할때 마다 버튼도 조심조심해서 눌러야 해. 그래도 그분 컨디션이 나쁜날은 쿨럭쿨럭하고, 멈추기도 하는데 언제 신참으로 바꿀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