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줌마가 되기 전에는 “아줌마의 날“의 존재를 몰랐다.
내가 아줌마가 된지는 올해로 3년. 아직 이 짧은 경력이 귀엽다고 할까, 부끄럽다고 할까?
항상 친구같이 지내던 엄마와 똑같이 아줌마가 된 것이 새삼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나를 아줌마로 만들어준 그 남자.
우리 신랑이 고맙게 느껴진 하루였다.
내가 사는 곳은 부산. 5/28 “SBS 김지선김일중 세상을 만나자“담당자로부터 아줌마의 날 공개방송콘서트 초대 연락이 왔다. 27일 수요일에 당첨자에게는 개별연락이 갈꺼라고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안 된 걸로 알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대“라니~~ 엄마도 그렇지만 나도 공개방송에 가는 게 처음이라 너무너무 설레었다. 서둘러 집 정리를 해두고 짐을 챙겨 서울로 왔다~~
당일은 감사하게도 일요일이라 서울에 사는 동생이 회사를 쉬는 날이었다. 동생이 10개월 된 딸을 돌봐주기로 했다. 2,3시간을 딸과 동생이 무사히 잘 지낼지가 아~주 걱정이었지만.
라디오로 항상 목소리는 들어왔지만 지선언니나 일중씨를 뵙는 건 처음이라 설레고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매일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낯익은 느낌도 들었다.
이 설렘은 새로운 가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올 때마다 더 커져갔다. 첫 무대는 독특한 옷차림으로,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노라조로 시작해서 때로는 은은하기도 하고 때론 터프한 목소리의 서영은, 일중 아나운서의 이상형이 서영은 인걸 이날 처음 알았다. 근데 그 마음을 여자인 나도 알 것 같다. 그리고 거침없는 시원한 목소리로 아줌마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 서문탁, 아줌마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도 하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재미난 이야기까지 들려준 젊은 오빠들 울랄라세션, 샤프한 외모와 뛰어난 노래실력 게다가 4아이의 아빠인 박지현. 나는 박지현이 이렇게나 아내와 가정에 잘 하는 지 이날 처음 알았다. 아내가 4아이를 돌보다 너무 짜증나고 지쳐 소리 질렀을 때 아내를 아무말없이 꼭 안아주었다는 말에, 방금까지 박수치며 웃고 환호성 지르던 내 눈에서는 또로록 눈물들이 쏟아져 흘러내렸다. 지금 10개월 된 딸이 한창 고집도 부리고 떼쓰기도 하는 시기라 부끄럽지만 한명을 키우는 나도 가끔은 딸에게 큰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당연히 육아 전에는 없던 일이라 이런 내 모습에 내가 놀라기도 한다. 우리 신랑님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할까? 궁금해진다. 박지현의 지혜로운 남편 모습에 감동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교 폭발 섹시한 홍진영. 나는 신랑과 주말부부인데 신랑은 매주 금요일 귀가 길에는 항상 홍진영의 “산다는 건”을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했었다. 나는 이날 라이브로 이 곡을 들으며 신랑의 기분을 느껴보려 노력했다.
부산에 내려가면 꼭 껴안아주며 수고한다고 말해줘야겠다.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재미난 토크를 들으며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그 시간을 웃고 울며 즐겼다. 그리고 객석의 초대 손님 인터뷰에서는 요리의 비법이나 주부를 하다가 창업한 값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회사 회식을 한번도 안빠지며 일도 잘해내고 노는 것도 확실하게 즐기는 아줌마였다. 그분은 분명 일도, 노는 것도 잘하고 집에서도 멋진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엄마 일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물건들만이 멀티가 아니라 사람도 멀티가 대세이다. 아줌마도 집안일만 하는 게 아니라 멀티로 활약하는 여성이 아줌마로서 더욱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서 떳떳하게 하고 싶은 권리를 누리는 그 모습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여성연예인이 바쁜 방송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주방일을 즐기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는데 그 모습을 보고 함께 출연한 연예인이 놀랐다. 바쁜데 이런 거 할 시간이 어디있냐고. 그랬더니 그 여자 연예인 왈,
“ 하고 싶은 게 있을 땐 내 할 일을 다해놓고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해요”라고 했다.
난 이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삶에도 적용해 나가고자 한다.
내가 지난 10년간 살았던 일본에도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 단체들이 많았다. 나 또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도 아줌마의 날을 계기로, 가족을 뒷받침만 하는 아줌마가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멋진 아줌마가 되고자 생각했다.
아줌마의 사전적 의미가 “나이 든 여성을 가볍게 또는 다정하게 부르는 말”보다 “나이 든,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을 일컫는 말”이 되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나 자신은 외적 내적 당당함으로 마음의 여유가 묻어나는 아줌마가 되기를 꿈꿔본다.
이러한 의식에 좋은 자극을 준 이번 행사에 너무나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