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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도 거부한 엄마얼굴


BY subak2908 2001-03-17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큰 아들 별명은 '분위기'입니다. 분위기를 잘 타서가 아니라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해서 얻은 별명이지요. 대부분의 맏이가 그렇듯 우리 큰아이도 둘째에 비해 눈치도 없고 농담도 안통하는 고지식한 녀석입니다.
저는 아들만 둘인데 공교롭게도 마치 편을 가른것처럼 큰 아들은 저를, 작은 아들은 지 아빠를 꼭 빼 닮았지 뭡니까. 아빠의 넙적한 얼굴에 자라목을 닮은 둘째는 시댁에 가면 지 아빠 닮았다고 온통 귀여움을 독차지하지만, 요즘은 남자도 21세기 미남형이니 뭐니 해서 얼굴이 작고 갸름해야 인기라는데, '커서 지 아빠 원망깨나 하겠구나'하고 내심 걱정이었답니다. 그에 비해 갸름한 얼굴하며 오뚝한 콧날의 맏이는 그래도 엄마인 날 닮아서 저만 하지 하며 안심하곤 했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래도 엄마덕을 봐서 그만하다는 큰 녀석이 저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났지 뭡니까?
어느날 아는분이 큰아이를 쓰다듬으며 " 아무개는 어쩌면 그렇게 엄마를 쏙 빼 닮았니?"했습니다. 그랬더니 녀석이 기겁을 하며 "나도 엄마처럼 점투성예요? 나도 얼굴에 점 생겼어요?"하며 얼굴을 감싸쥐고 거울을 보러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의 민망함이란...
원래 처녀때부터 여드름에 주근깨, 그리고 아이들 낳은 후론 기미까지 합세해서 전 거의 피부를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TV에 나오는 예쁜 여자들을 가르키며 아이들에게"저 아줌마랑 엄마랑 누가 더 예쁘니?하고 물으면 작은아이는 날 꼭 껴 안으며 서"난 엄마가 최고로 예뻐", "공주같아"라고 서슴치 않았던 말에 그저 행복해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 눈에 비친 엄마의 얼굴이 점투성이였다니, 새삼 거울을 다시 보게 되고 피부에 신경 쓰게 됩니다. 남편이 '우둘이'이니, '점순이'니 하며 놀려대도 팔자려니 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큰아들의 말은 충격이 컸나 봅니다.
게시판에 올려진 모든 기미, 주근깨 퇴치 방법을 섭렵해 예쁜 엄마로 거듭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