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였다.
눈이나쁜 편이지만 앉은키가 큰 나의 자리는 교실 맨뒤쪽이였다. 입학하고 처음으로 찾아온 체육시간에 늘씬한 여자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시는거였다. 살짝 치켜들은 머리, 짝편 가슴, 그리고 무릎을 짝펴고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 교실로 들어서는 체육선생님은 마치 발레리나가 연상되는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중학교 3년내내 무척이나 엄격하신 아저씨 체육선생님과 수업을 받았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오자 마자 너무나도 예쁜선생님이 체육을 맞게 되다니? 이게왠(?) 횡제인가? 하는 생각이 수업시간 50분내내 마치 꿈을 꾸는듯한 기분이였다. 이윽고 수업이 끝났고, 교실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체육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100M 미인이라느니.... 밥맛이라느니... 그땐, 사춘기소녀들의 질투어린 시샘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일주일내내 빨리 체육시간이 다시 왔으면 하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이윽고 다시 기다리던 체육시간이 왔다. 그날은 교탁마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결석을 하는바람에 나는 좀더 가까이 체육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위해서 앉았는데... 아풀싸!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체육선생님의 모습이 정녕 내가 일주일동안 선망의 대상이셨던 그분이셨단 말인가???
시원스레 쌍거풀졌다고 생각했던, 큰눈은 앞으로 볼록뉘어나온 개구리왕눈이의 눈에다가 쌍거풀역시 풀로 붙은 표시가 확나고, 유난히도 뽀얗고 하얀피부라고 생각했던 피부는 양볼에 새카맣게 난 주근깨를 감추기 위해서 덕지덕지 발랐던 화장술의 예술이였다.
그제서야 100M미인이라고 했던 아이들의 말의 뜻을 나는 알수가 있었다.
하지만, 체육선생님은 고3내내 나의 이상형이 되셨다. 외모가 아닌, 시원스럽고 대범한 성격과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사춘기 소녀의 우상이 되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