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연합뉴스) 두통을 호소하는 어린이들이 그린 두통의 이미지는 의사들 이 이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돼 그림이 때로는 말보다 더욱 확실한 사실을 알려준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미 위스콘신대학 신경병학 연구팀이 밝혔다. 연구팀은 두통을 호소한 어린이 226명에게 편두통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 후 이를 분석했다. 그 중에는 커다란 머리 속에서 얼굴을 찡그린 채 드럼을 두들기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10세 어린이의 그림, 자신의 갈라진 정수리에 두들겨 박히는 해머와 정을 그린 9세 어린이의 그림도 포함돼 있었다.
의학전문지 `소아과학' 3월호에 게재된 위스콘신대학 칼 스태프스트롬 박사팀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그림의 분석 결과는 이들 어린이 두통 환자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임상분석을 해온 한 의사의 진단 내용과 10건 가운데 9건 꼴로 일치했다.
스태프스트롬 박사는 어린이 두통 환자들 가운데 3분의2가 의학적인 주의를 요할 정도로 상태가 심한데도 신뢰할 만한 검사 없이 그 증상과 병력(病歷)만을 근거로 삼아 진단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파악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때로 자신들의 증상을 말로 표현하는 데 애로를 겪기 하기 때문에 그림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그림을 통한 진단은 비용은 적게 들지만 아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스태프스트롬 박사 팀은 터프츠대학 신경병클리닉의 4~19세 두통 환자들에게 자신들의 두통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해 이를 분석한 후 점수화해 편두통과 비편두통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른 의사들에 의한 표준 임상진단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해머를 내려치는 그림이나 눈 위에 오로라 같은 빛이 비치는 그림 등에 의해 편두통으로 진단된 사례는 임상진단 사례와 87%가 일치했고, 머리를 밧줄로 묶어 짜는 모습의 그림에 의해 긴장 등이 원인인 비편두통으로 진단된 사례는 무려 91%가 일치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그림만으로 어린이 두통을 진단해서는 안되며, 의사가 진찰을 하기 전 대기실에서 그림을 그리도록 해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