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02

어느 스리랑카 가족의 저녁초대


BY kyou723 2008-05-09

 

남편의 지인 중에 스리랑카 가족이 있다.
독일에서 12년을 살았다는 이 가족은 독일어보다는 영어에 익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리랑카가 영국의 식민지로 48년에 독립한 나라이기에 자연 영어가 바탕이 되었으리라.
같은 식민지시대를 살았다는 국가 비극적 동질감에서일까. 타국에 사는 이방인으로서의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일까. 이 가족에게서 무언지 모를 목메이는 동류의식이 생겼다.
스리랑카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인도남동부 인도양에 위치하는 아름다운 섬나라 스리랑카.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동양의 진주라고까지 불리웠다는데...
이들 가족의 세 딸의 얼굴을 보니 진주처럼 해사한 느낌이다. 이제 목련꽃처럼 성숙하게 피어오른 큰 딸과 촉촉한 이슬 속에 피어오른 여름장미와 같은 둘째딸.
그리고 아직 막 피어오른 꽃몽오리를 연상케 하는 막내딸. 그리고 이 집의 대들보인 듯한 큰 아들 루벤이 있다. 스물 다섯인 큰 아들은 집에서 독립해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큰딸은 현재 직업훈련을 받고 있고, 둘째와 셋째딸은 학교에 다닌다.

* 큰 딸과 둘째딸 모습

얼마 전 이 가족의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게 되었다.
딸들을 위해 한국에서 샀던 예쁜 거울들을 선물했다.
우리 가족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집안이 들썩거렸다. 특히 우리 두 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잔잔한 이 집에 파문을 그리는 것 같다. 게다가 아내도 바빠졌다. 에피타이저를 옮기는 아내의 분주한 손놀림이 시작되고 우리는 스리랑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식탁에 앉았다.
에피타이저를 먹으면서 우리는 큰 딸이 선보이는 스리랑카 고전춤을 비디오로 감상했다.
전통의상을 입고 화려한 춤사래를 펼치는 모습 속에서 동양적 감흥이 새록거린다.
식사는 특별히 화려하진 않았다.
그들 부부의 취향답게 간소하면서도 평범한 저녁식탁이다.
칠면조 고기요리와 몇 가지 야채가 섞인 샐러드, 기름에 튀겨낸 인도전통과자, 우리 가족을 위한 쌀밥 등이다.
난 에피타이저에 먹은 바나나튀김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었더니 정작 차려놓은 음식은 그리 당기지 않았다. 인도계열의 특유한 소스가 배어있는 칠면조 요리는 약간 느끼했지만 먹을만하다.
식사를 한 후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키보드와 기타, 바이올린, 첼로가 등장하고 각각 하나씩 움켜진 악기로 선율이 흘러나온다.

 

 * 가운데 촛불이 그윽하다

 * 식탁에 언제나 존재하는 꽃

 * 여기에도 화려한 꽃이 가득

 *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나온 큰딸

 * 우리의 전통적인 어머니상인 이집의 안주인.
요리 만드느라 정신 없음. 수더분하고 인정많은 여인

 *  인도과자... 기름에 튀겨서 내왔다.

 * 베란다에 턱 버티고 있는 커다란 개.
마치 수호신 마냥 으르렁거려서 밉상

 * 막내딸의 모습. 사진이 날렸네...치아교정을 해서 가까이에서 사진 찍는 거 별로 안좋아한다.

 * 간소하면서도 평범한 뷔페식탁

 * 화장실을 곁눈질하다.

작은 음악회처럼 인생을 살면서, 가족이 어우러져 작은 하모니를 이루고 행복을 가꿔가는 것. 각자가 맡은 인생의 악기를 통해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
가정은 그런 인생의 하모니를 일깨워줄 최초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스리랑카인 가족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 흐르는 작은 행복을 보았다.
타국생활에서의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가정이다.

그 남편 왈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가정이고, 가족이 위안이고 쉼터’라고 했다. 평범하지만 진솔한 진리를 알게 하는 말이다.
가족! 5월이면 가장 화두에 오르는 단어다.
이 5월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시간이 되길...
나또한 나 자신에게 바란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