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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건망증의 상관관계는?


BY 2011-12-28

30 대 초반까지는 나름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했었는데,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시작된 건망증은 어느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궂이 모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알츠하이머 환자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내 머리속의 회로들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어 실타래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차에 키를 꽂아놓은 채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일은 이제 너무 흔하고, 중요한 회의를 잊어버려 다른 약속을 잡는 일, 아이 학교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약속날짜를 잊어버리고 다른 날짜에 가는 일 등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혹자는 출산을 할때마다 기억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혹자는 전신마취를 하고 나면 기억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기억력, 출산과 전신마취 때문일까? 아이를 하나 낳을 때마다 기억력이 점점 감퇴되는 건 어찌되었든 맞는 것 같다. 대체 왜 그럴까?

한의학 문헌에는 “건망증이란 일을 하는데 시작은 해놓고 끝을 맺지 못하며, 말을 할 때도 처음과 마지막을 알지 못하는데, 이것은 병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 날 때부터 어리석고 둔하여 사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나와 있다.

 

한의학에서는 생각과 기억을 주관하는 장부를 심() 비()로 본다. 심은 혈()을 주관하는 장기이고 비()는 혈()이 혈관 안에서 잘 흘러가게 하고 출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장기이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심()이 상하여 혈이 소모되고 흩어지게 된다. 혈이 소모되면 우리 몸에서 생각과 기억과 관련된 정신, 신()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되어 그 결과 건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근심, 걱정, 생각이 많으면 비()가 상하게 되어 혈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소화기능과 뇌를 영양하는 기능 또한 떨어져 몸과 정신이 피곤해져서 오히려 생각이 더욱 많아지게 되고 그 결과 건망이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 처럼, 너무 많은 생각이 넘치게 되면 당연히 건망증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아이가 하나 생기게 되면 아이가 없을 때보다 챙겨야 할 일도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진다. 지금까지 나 하나만을 위해서 생각하고 계획했던 일들은 대부분 아이를 위한 일들로 옮겨지게 된다. 생각이 늘어남에 따라 몸과 마음은 힘들어지고 혈()이 소모되며 건망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출산을 함에 따라 예전에는 없던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 차피 모든 걸 다 기억할 수 없다면,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최소한 우선순위의 일들을 빼먹지 않고 챙겨서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과감하게 포기하자. 하지만, 이처럼 ‘포기하기’와‘ 생각 비우기’가 간단하다면 그 얼마나 삶이 편해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엄마의 스트레스는 결국 아이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하 루에 딱 10분씩 명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냥 편하게 앉아 생각이 흘러가는대로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마음이 비워져 있을’ 한달 후를 기대해 보자. 직장맘에 아이 셋과 정신없이 살다보니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것은 스스로의 합리화를 위한 변명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