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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코로나 이후 병원


BY 사교계여우 2020-08-30

코로나 6개월차. 이제 동네산책과 장보기까지는 편안해졌지만, 여전히 병원검진은 후덜덜하다. 지금은 익숙해졌으나 올 4월쯤만 해도장보고 오면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코로나를 앓듯이 열까지 올랐었다.
오늘은 또또 유치원 입학 서류 떼느라 건강검진 받으러 아침도 굶고 8시 전에 나갔다가 12시 넘어 돌아왔더니, 3시까지 침대에 쓰러져 잤다.

물론 네 시간 남짓 동안 온갖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큰 병원이라 코로나 옮을까봐 엄청 신경쓰였고, 공사 때문에 차가 막혀 좀 늦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1명으로 제외한다고 해서, 방향감각이 뛰어난 남편이랑은 입구에서 헤어져야 했다. 하필 평소에는 안 가던 입구로 들어갔더니 길을 몽창 잃어버려서 이비인후과 건물을 헤매고 있었고 (그 안에서 또 길을 잘못 안내받았다), 이비인후과 건물 1층 리셉션 데스크에 물어봤더니 오늘 예약이 없다며 너네 예약은 10월이라고 했다. 내가 10월 검진은 천식전문의와의 검진이고, 오늘은 소아과전문의 소개받아서 예약 별도로 잡았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영어가 서툴러서인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소아과 의사 선생님 이름 뭐냐고 나한테 물어봤는데, 아 젠장, 그 이름 까먹은 종이를 놓고 와서!!!!!!

그래도 한 분이 소아과 건물로 직접 데리고 안내해주셔서 그 건물 1층에 갔더니 오늘 예약 있었던 건 맞지만 이미 너네는 노쇼했다고! 혹시 모르지, 다른 방도가 있을지, 한번 올라가봐! 라고 쿨하게 얘기했다, 머리 속으로는 오늘 헛걸음해서 주차비만 날렸네 얼마였더라 하며, 혹시나 하는 심경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예약 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해서 "Can we still see a doctor?"하고 혹시나 물었더니, 이미 예약은 지나갔지만 다른 의사도 괜찮겠냐 물어보셔서 그냥 너무 고맙다고, 너무 고맙다고 했다! 별로 기다리지 않았는데 트레이닝 중인 의사 선생님과 의대생이 오셔서, 보통 검진 뿐 아니라 천식 증상도 자세히 물어보고 수퍼바이저 의사 의견까지 물었다. 처음으로 간 소아과라 또또 접종 검사기록이 없어 낭패일 뻔 했으나 내가 인터넷으로 기록을 볼 수 있어 잘 넘어갔다. 결론적으로는 3명의 전문가 협진으로 보통 때보다 훨씬 자세하게 문진을 받았던 것 같다.
검사 결과 또또 키와 몸무게 BMI가 모두 매우 훌륭하고 시력도 2.0이며 천식 치고 호흡 소리가 깨끗하다고 해서 크게 안심했다.

요약하면, 나의 길치 증상과, 마스크 탓에 더 안 들리는 의사소통장애와, 코로나로 인한 불안 때문에 삼중고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도와주셔서 무사히 진찰을 받고 왔다. 덤으로 안과 검진까지 받아서 안과의사를 안 봐도 되니 좋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 양 많이 주는 식당에서 롤을 잔뜩 먹고 집에 왔다.

글을 쓸 때에는 나 오늘 힘들다고 신세한탄하려고 썼는데, 쓰다 보니 나쁘지 않았네. 무엇보다 지각하고 길 못 찾고 영어 잘 못 하는 나를 많이들 도와주셔서 이렇게 무사히 서류를 받고 왔다. 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