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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건강 적신호


BY 사교계여우 2021-07-22

2:1 트레이닝을 시작한지 4주가 되었다.
늘 그렇듯 운동을 시작하면 가장 빠른 변화가 감지되는 곳은 엉덩이. 확실히 착 올라붙은 느낌이 들더라.
파트너랑 운동능력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좋음.
주2회라 좀 모자란 감이 있기도 하고 트레이너랑 운동하는 만큼 자유운동도 해줘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시간도 기력도 없어서 갈 때만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싶음.

세뿅이가 9시부터 17시까지 어린이집 지박령처럼 붙어 있는데도 시간이 없는 이유는.. 언제나 그렇듯 일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3달에 걸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좀 익숙해져서 겁도 없이 양은 많고 납기는 짧은 일을 덜컥 받아버리고 말았다는 것. 이번에도 무리없이 납품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 손목은 아작이 나고.. 결정적으로 몇주째 심한 두드러기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야식으로 너무 안 좋은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싶어서 알로에도 먹어보고 노니도 먹어보고 밀가루도 끊어보고 했지만 점점 심해지고 빈도도 잦아져서 드디어 오늘은 피부과를 방문.
두드러기는 기간이 제일 중요한 거라서 1달 이상 가면 만성으로 분류되는데 약을 끊었을 때 재발이 반복되면 큰 병원으로 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라고 한다. 단순 두드러기가 아니라 다른 질병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준 건강검진 같은 형식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일단 병원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약국시판약보다 처방약이 강력한 것 같다. 일단 약 먹는 일주일 동안은 조금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다행.

여기서부터는 육아-----

날이 따뜻해지니 조금 편해진 것은 하원 후의 시간이 덜 지겹다는 사실.
돌아오는 길에는 잠시 내려서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넘어지고, 온갖 것을 다 만져서 들어오면 흙냄새 풀풀에 당장 목욕을 해야 하는 지경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가는 건 나에게 축복이다. 바빠서 밖에서 같이 놀아주는 걸 가끔 언니에게 (유상으로) 맡기기도 하니 좀 편하기도 하고. 공기가 안 좋아서 밖에서 못 놀 때는 좁은 베란다지만 샌들 신겨서 풀어놓기도 하니 썩 나쁘지 않다. 다만 하원길에 자꾸 유모차를 탈출하려 해서 조만간 푸시카나 자전거형 유모차로 갈아타야 할 듯하다.

지지난 주말에는 결혼식이 있어서 지방에 다녀왔는데, 식사하면서 세뿅이가 온갖 것을 다 먹어 보았다. 가볍게 원래 먹던 동그랑땡은 물론이고 유부초밥, 각종 고기, 새우튀김은 아예 두 손으로 쥐고 베어 먹더라. 처음 보는 메생이죽은 질질 다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양보하지 않아서 옷을 다 버렸고, 잔치를 치른 친척집에 가서는 뻥튀기류의 과자를 섭렵. 갑자기 너무 여러가지를 처음 먹어봐서 문화충격이 아니었을까 싶고 원래 먹던 싱거운 걸 안 먹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여전히 생두부를 잘 먹는다.
점점 뭔가를 해먹이기가 힘들어져서 동네 반찬가게에서 세뿅이가 먹을 만한 걸 찾는 게 일이다.

새벽에는 거의 매일 깨서 누군가를 찾는다. 얼마 전엔 새벽 6시쯤 불려나가서 8시 언저리에 깼는데 눈이 마주치니 배시시 웃고는 윙크(라고는 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거)를 날린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헤헤거리고 있으면 이것이 과연 모자지간의 아침인사인가 연인간의 그것인가 헷갈릴 때도 있다. 내가 눈 뜰 때까지 날 두드려 깨우지 않고 눈 뜨기를 가만히 기다리면서 보고 있을 땐 더 그런 느낌이..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 세뿅이는 아주 가끔 엄마라고 하는데, 오늘은 하원 때 갔더니 거실 울타리 안쪽에서 날 보고는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엄-마-'라고 했다. 무슨 연습을 그렇게 오래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교육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초빙해야 하나 고려 중. 나랑 있으면 매일매일 같은 책들만 읽고 있으니, 좀 더 다양한 자극을 주어 입을 떼게 만들자 싶기도 해서. 딱히 조바심이 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아무것도 안 해주는 엄마인 것 같아서 돈으로 발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