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익

금주ㆍ금연하고, 뜨거운 커피ㆍ국물 삼가야,

염장 음식도 줄여야

식도(食道)는 말 그대로 음식이 지나는 길이다.

입에서 위까지 이어진 가느다란 관인 식도도 안쪽 점막층에 여러 자극을

되풀이하며 받으면 상피세포가 암으로 변할 수 있다. 식도암이다.

식도라는 장기 특성상 음식물이 내려가야 하므로 고무풍선처럼 잘 늘어나기에 암이 발병해도 초기에는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목에 통증이 느껴지면 고기ㆍ깍두기 같은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가

나중에는 죽을 먹거나 물도 마시기 힘들어진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다 보니 체중도 급격히 빠지고 영양실조까지 생길 수 있다.

식도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경부식도암, 흉부 식도암, 위-식도 연결 부위 암으로 나뉜다.

세포 형태에 따라 편평상피세포암, 선암, 육종, 림프종, 흑색종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90~9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국내 연간 신규 식도암 환자가 2,800여 명 수준으로 희소암에 속한다.

보건복지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19년도 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신규 암환자는 25만여 명 정도이니 전체 암 환자의 1.7% 수준이다.

그러나 치료가 까다로워 5년 생존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40.9%).

특히 수술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암인데 환자가 적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600건 정도만 수술이 이뤄진다.

그만큼 실력 있는 식도암 수술 의사를 찾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도암은 술과 담배가 주원인이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률이 4.5배 증가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도 금주하는 사람보다 암 발생률이 2~3배 높다.

뜨거운 커피ㆍ차, 국물을 즐기는 식습관도 식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국제 학술지 ‘임상 영양(Clinical Nutrition)’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따뜻한 커피를 자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식도암 발생 위험이 2.7배 컸고,

뜨거운 커피와 매우 뜨거운 커피를 마신 사람은 각각 5.5배, 4.1배 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65도 이상의 뜨거운 차를 자주 마신 집단은 식도암 발생 위험이 8배,

60~64도의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신 집단은 식도암 발생 위험이 2배

커진다는 랜싯종양학회지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한 식도암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소금에 절인 염장 식품도 줄이는 것이 좋다. 영국암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따르면 피클ㆍ오이지 등

소금에 절인 채소를 자주 먹으면 식도암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음식과 식도암 사이 연관성에 관한 34개의 연구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절인 채소를 많이 먹으면 식도암 발생 위험이 2배까지 증가했다.

너무 짠 음식이 식도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세계암연구기금도 소금에 절인 염장 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김신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도암은 음주ㆍ흡연이 대표적인 발병 요인이며, 뜨거운 음료나 음식 섭취, 염장 음식이나 가공육 섭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비타민 AㆍCㆍE, 아연, 리보플래빈, 셀레늄, 엽산 등은

편평상피세포암 발생을 줄여줄 수 있으므로 평소 이들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식도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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