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57%까지 줄어든다"…美 의사협회가 추천한 운동
생활 속 한방
10월은 나들이의 달이다.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각종 축제가 성행하고 있다. 가을에는 단풍놀이도 빠질 수 없다. 삼삼오오 모여 가을 나들이를 다니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환절기 일교차 등을 이유로 집에만 머무는 것보다는 야외로 나와 활동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 이는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도움된다. 일본 규슈대 연구팀에 따르면 타인과 사회적 접촉이 많은 사람에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전체 뇌 부피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와 편도체의 부피도 작았다.
WHO·미국의사협회, 파워 워킹 권장
치매는 암과 더불어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944만7274명이며 치매로 추정되는 환자 수는 97만6923명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겪고 있는 셈이다.
치매는 지적능력과 기억력의 감퇴로 일상에 큰 지장을 준다.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하는 것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에 육박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세포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파괴되면서 증상이 심해진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불량 단백질이 서서히 쌓이면서 치매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치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15~20년 전으로 본다. 의료계에서 40~50대 중년 시절부터 치매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중년층에게 많이 발생하는 만성 심혈관계 질환 또한 치매에 악영향을 준다.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이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을 수축기 130㎜Hg 이하가 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만성질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규칙적인 수면과 식생활, 적절한 신체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신체활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매 예방 지침으로 삼을 정도로 중요하다. 무엇보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뇌에 혈액과 산소, 영양분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각종 신경인자들의 자극으로 이어지고 신경 성장을촉진한다.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9826보를 걷는 사람은 7년 이내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5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파워 워킹처럼 빠르게 걷기를 권장했다. 1분에 40보 이상의 속도로 걸으면 하루에 6315보만 걸어도 치매 위험이 57%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하루 약 3800보 걸었을 때 치매 위험은 25%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운동 외에도 뇌 기능 활성화를 위해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허증(虛證)’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본다. 허증 치매는 뇌의 노화로 인한 것으로, 뇌 신경 활성화와 원활한 혈액 순환을 위해 한약 처방과 침 치료를 실시한다. 주로 기억력 증진과 노화 방지를 위해 공진단을 처방한다.
공진단의 치매 예방 효과는 연구로 입증된 바 있다. 최근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장수 유전자로 알려진 ‘시트루인1’의 발현을 증가시켜 신경보호 및 재생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진단의 뇌 기능 향상 기전이 세포 실험을 통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더불어 연구진은 공진단이 항산화 작용과 뇌 신경세포 DNA의 손상 예방 효과를 보이며 뇌유래신경인자, 신경성장인자의 발현을 높인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2004년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동물실험 연구에서도 공진단에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의 뇌 기능 활성화 및 뇌세포 손상 방지 효과가 밝혀졌다. 연구진은 뇌 허혈을 유발한 쥐 중 일부에 육공단을 투여한 뒤 수중 미로 행동실험을 했다. 그 결과 육공단을 먹인 쥐들의 미로 통과 기록이 뇌 허혈 쥐 기록보다 2배 가까이 빨랐다. 이는 뇌 허혈 문제가 없는 정상 쥐의 기록과 비슷했다. 또한 연구팀은 육공단을 먹인 쥐에게서 뇌세포를 재생·증식시켜 뇌 기능을 회복하는 Egr1 단백질이 크게 증가한 사실도 발견했다.
40~50대부터 치매 예방 노력해야
침 치료 또한 뇌의 혈류를 증가시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이 SCI(E)급 국제학술지 ‘최신노화신경과학(Frontier in Aging Neuroscience)’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침 치료가 경도인지장애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도인지장애는 몇 년 내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 전기침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량을 감소시키고 해마의 신경세포 손상을 완화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치매는 증상 완화나 진행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그만큼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최근 “한의사들도 의료기기인 ‘뇌파계(뇌파 측정 기기)’를 사용해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로써 한의학에서도 현대기기 사용이 더욱 자유로워져 국민의 치매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전전두엽 뇌파만을 이용해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초고령 사회가 도래하면서 치매 환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치매 환자에게는 기억력 감퇴 말고도 우울증 등 각종 행동정신증상 또한 찾아올 수 있다. 감정 조절과 표현에 문제가 생기면서 환자 본인 외에 가족, 보호자, 주변인에게도 아픔을 준다. 결국 치매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다. 사회구성원 각각이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강구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