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두려워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며칠 전 도움주십사 글 남겼던 아이엄마입니다.
긴 답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치아님께서 말씀해주신대로
제가 만든 상상속에서 저 자신을 상처주고 있는 것 맞아요.
그런데 그게.. 실제 사건을 토대로 충분히 유추할 수 있고.
포커스가 그 쪽에 맞춰지니.생각이 멈춰지질 않아요..
어젯밤에도 남편과 그 여자가 관계하고 사랑하며 있는 꿈을 꾸어
꿈속에서도 펑펑 울다 잠이 깨서 날밤을 샜어요.
만난 지 언제쯤 첫관계를 했는지..
그 후 그 여자말고도 몇 명의 여자와 관계가 있었는지..
몇 번을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났다는 이유가 뭔지..
남편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한 것 투성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과거의 수많은 기억과 추억을 공유한 그 여자가 부럽습니다.
피끓는 젊은 시절 아련한 풋사랑이던 당시,
설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눈 그런 관계들이 자꾸 생각이 나서
얼마나 애틋하게 살을 부비고 사랑을 나눴을까..싶고
그렇게 그 여자들하고 나눈 물건이
내 안에 들어온다는 게 절 자신없게 만듭니다..
맘같아선 궁금한 거 다 물어 보고
남편도 제가 이렇게 괴로워한다는 걸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미안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는 대답도 다 회피하겠지만
제가 남편에게 자꾸 옛 기억을 더 떠올리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상황을 저 혼자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
아니면 남편에게 아직 남편이 한 말 땜에 이러한 상황이 되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나름 밝고 긍정적인 사고의 저였는데
이런 상상과 감정이 오래되는 게 여자로써 수치스럽기도 합니다.. 아내 엄마로 지냈던 제 삶이
과거이야기로 인해 여자인 제 삶을 생각하게 되어
과거의 여자에게 다 뺏긴 남편의 빈껍데기와 지낸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정신과상담을 받아야 할까요?
눈을 감으면 또 어제와 같은 악몽ㅈ속에 제가 있을까 봐
두려워 잠도 잘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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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 우연이 알게 된 남편의 옛사랑 이야기로 고통받고 계신 아내분의 사연입니다.)
마음의 아픔도 분명히 선명하게 뇌에 고통을 각인시키는 아픔이라, 신체의 아픔만큼이나 고통스럽고 괴롭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잊어라.” “생각하지 마라.”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어디 말처럼 그렇게 하는 게 쉬운가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고,
분명히 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번 답장에 적어 드린 것처럼,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결국 ‘나’일뿐이며,
따라서 이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도 결국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본인이 깨닫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안타깝게도 이런 일을 해결할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남편분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가장 의미 없는 행동입니다. ㅠㅠ
“이러한 상황을 저 혼자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아니면 남편에게 아직 남편이 한 말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되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혼자 고통받으시는 것보다는
남편분에게 지금의 고통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셔서
고통을 분담하시는 것이 분명히 더 나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첫째는, 남편분에게 마치 죄인인 듯한 느낌을 주시면 안 됩니다.
내 아픔에 관한 이야기는 남편분에게 결국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괴롭다.”라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렇다고 남편분이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어떤 행동으로 아내의 고통이 나아질 수 있다면
기꺼이 하실 좋은 성격과 사랑을 지닌 분이라도,
이미 지나간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 무기력함은 남편분에게 이 사안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으며
그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이후 두 분의 ‘공감’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하소연하시는 말의 내용과 말투에 신경 쓰셔서
대화의 진행을 반드시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목적’으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둘째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말라는 것입니다.
궁금한 것이 많으실 테고,
그것 때문에 더 넓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도 이해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때부터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들었던 구체적인 이야기’의 비디오 버전은
내 마음을 더 깊은 고통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상상’으로 만드는 고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고
때론 극복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대화의 목적은 오직 하나이어야 합니다.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PS.
혼자 감당하시는 것이 정말 괴롭고 고통스러우며
정상적인 일상생활까지 망가지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은 권해 드립니다.
요즘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물은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적어서 고통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성 상담사 치아 드림.
~
집착이로군요.편집증?
분야가 좀 다르긴 하지만 직접 겪어 봤고,
당해 보기도 한 저로선 정말 가슴이 아프군요.
겪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끔찍할 정도로 힘듭니다.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시면,
남편을 그 고통의 늪에 끌어들이는 것이 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우선은 혼자서 해결해 보세요.
일기장이나 낙서장을 장만하셔서,
떠오르는 상념들을 적어 보시고 읽어 보세요.
님을 만나기 전의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스스로를 옭죄고 괴롭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노라면,
문득 정신이 차려질 수도 있잖을까요?
그리고,님이 과거의 그녀들로부터 남편을 빼앗은 승리자인데,
패배자들에게 증오의 감정을 갖고 질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깨닫고,훌훌 벗어던지게 될지도...
보통은 남편들이 아내의 과거를 문제 삼아 괴롭혔는데,
그나마도 고리짝 시대에나 가능했던 것이 돼 버렸는데,
님은 거꾸로 과거에 집착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군요.
과거의 여인들에게 다 털리고
빈 껍데기만 남은 남편을 차지했을 뿐이라 생각하시는 거죠?
님은 순결을 지켰나 보죠?ㅠㅠ
남편이 진공봉지 속에 담긴 과자인가요?
지금도 꾸준히 다듬어지고 완성돼가는 점점 좋아지는 예술품입니다.
지금 님께서 최고의 완성작을 누리시는 겁니다.
이젤에 마악 올려놓은 캔버스와 같은 과거의 남편이 ,
밑칠 하고 덧칠하고 수정해서 얼마간 작품성을 갖춘 지금보다 낫다고요?
지금 님은 그 남편의 원초적인 모습의 아기를 낳아서 기르시는데?
2연승 아닙니까?님의 논리대로라면...
승자는 관대해야 합니다.
그게 승부의 원칙이고,패자에의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내가 승자이니 그것도 내놓으라고 하면 ,
금메달까지 빼앗기고,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어요.
그것과 이게 어떻게 같냐고요?
우주만물 간에는 어디에나 적용되는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진리입니다.
여기엔 맞고 저기엔 안 맞는 걸 진리라고 떼를 써대고들 있지만,
그건 진리가 아니라 사기입니다.
지금 님은 진리를 외면하고 사기를 치고 있는 겁니다.
승리만 하면서 사셨나요?
패했을 때도 많았잖아요.
당시를 반추해 보세요.
얼굴이 화끈거리며 당장 지금의 오류에서 벗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남편'이란 우승컵은 님이 차지했어요.
그걸 자랑하고 싶어서 모조품인 아이까지 만들어서 소유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우승컵을 가져 보려 애를 쓴 사람들을 미워한다고요?
만일 그 경쟁자들이 없었다면 이 우승컵이 지금처럼 반짠반짝 빛날까요?
님이 이리 잔인한 사람인 줄 알았다면,
과연 남편께서 과거의 일을 이야기 했을까요?
영원히 숨겼을테고,그럼 이 우승컵은 지금처럼 빛나지도 않을 걸요?!
자기야!
그동안 뛰어난 선수들이 이 우승컵을 차지하려 애를 썼지만 ,
결국은 자기가 최고의 승자가 된 거야.
자기가 자랑스러워!
하면서 님의 품에 안겨줬는데,
이 우승컵을 노리던 년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낱낱이 밝히고,
그것들의 존재를 없애 버리라고 말하는 꼴인데,
참 우습지 않아요?
님이 최종 승자올시다!
기쁨 누리시고,패자들에게 너그러워지시고,
혹여나 누군지 알게 되더라도 꿀리지 않도록 멋있어지세요.
만약 남편이 님의 이 편집증을 알게 되면,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고,
사기를 당했다며,다른 소유자를 찾아 떠나 버릴지도 몰라요.
자신감을 가지시고 자존감을 찾으세요.제발...
그리고 이건 님의 자존심을 건드릴까 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지금 그녀들은
댁 남편보다 훨씬 으리으리하고 값진 우승컵을 차지하고 ,
잘 살고 있으며,지금쯤 님의 남편은 기억도 못 하고 있어요.
이 우승컵이라도 빼앗기지 않으시려거든,
조용히 착각,집착의 늪에서 나오셔서,
소중히 갈고 닦으면서 빛내며 사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미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