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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최악의 여행.


BY 사교계여우 2020-05-17

얼떨결에 전자파 연구과제에 관여하게 되면서 전자파의 건강영향에 대한 최신지견을 습득할 필요가 생겨 생체 전자파 국제학회인 BioEm2018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학회 장소가 슬로베니아의 피란이었다. 피란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피란에는 공항이 없고 인근 대도시로 가서 차편을 이용해 가야하는데 일단 슬로베니아 수도인 류블리냐를 통해 들어가기로 했다. 갈 때는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가고 올 때는 취리히로 나와서 귀국하는 대한항공편이었다. 비행기는 예약했지만 피란, 류블리냐 모두 생전 처음 들어본 도시였고 심지어 슬로베니아라는 나라 이름도 들어보기는 했지만 어디쯤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결과 슬로베니아는 크로아티아 근처에 있는 나라로 크기는 전라남북도 합친 것 만하고 인구는 200만명이 조금 넘는데 최근에 흑기사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소개되면서 한국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인상적인 것은 나라이름(SLOVEnia)에 사랑(love)이 들어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이다. 워낙 생소한 지역인지라 류블리냐 숙소로 한인민박을 검색했더니 2개가 검색이 되는데 그중 나이든 사람이 갈 만한 곳을 골라서 예약했고 공항픽업서비스도 신청했다. 
  민박 주인은 슬로베니아 남성과 결혼한 한인 여성인데 남편은 조종사 출신으로 아시아나 항공에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둘이 한국에서 만나서 결혼을 했다고 한다. 도착한 날 밤에는 와인으로 웰컴파티를 열어줬고 다음날 일일투워를 신청했더니 두 내외뿐 아니라 강아지까지 포함한 온가족이 폭스바겐 골프에 함께 타고 흑기사로 유명해진 블레드 성과 호수를 보고 저녁은 세르비아 음식을 하는 식당에서 현지식을 맛있게 먹었다. 블레드 호수에는 티토의 별장이 있고 이 별장에 북한의 김일성도 묶었다고 한다. 티토는 지금은 해체된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대통령로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 양쪽의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 양쪽의 지원을 받아 나라를 발전시켰는데 티토가 사망한 이후에는 공산주의 몰락과 함께 유고연방도 해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중 슬로베니아(유고 연방 국가 중 가장 잘살던) 제일 먼저 독립선언을 하고 한 열흘 정도 간단히 전쟁한 후에 독립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독립하는 과정에서는 인종청소 등 최악의 분쟁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