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상 상위부서나 타 업체으로부터 업무를 부탁(?) 받거나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매우 잦습니다. 제 직급이나 대내외 여건 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위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야만 하는 일은 전부 타 부서인원의 도움이나 리소스 없이는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죠. 때문에 전화나 대면회의는 필수이고, 자존심은 뒤로한 채 감정과 간곡함을 담아 부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사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미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떻게 좀 안될까요?' 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 십~수 백번은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당연하게도 이런 일상을 겪는 것은 본인만이 아닙니다. 임원급 고위층이나 최상위 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직장인들도 늘상 겪는 일일 것이고, 심한 경우 흔히 말하는 가장 '을' 의 위치에서 매일 두 손이 닳도록 싹싹 빌고 무릎을 꿇으면서 온갖 굴욕을 맛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타입의 갑질은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이상한 습관까지 학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어느 지인의 경우 마찬가지로 하루에도 수 십번 전화통화를 하며 '제발~부탁드립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예예예(굽실굽실)' 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경우가 있었는데, 어느날 주변의 동료직원들이 전화받는 액션이 지나치게 과하면서도 안타깝다며 그 분이 평소에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그 분이 전화를 받을 때에도 얼굴이 책상바닥을 향할 정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제발 부탁드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반복했던 것입니다. 평소 대면 회의 시 했던 액션을 본인의 사무실에서도조차 직업병처럼 반복했던 것이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하게 당했으면 그런 습관까지 들이게 되었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존의 회사생활에 지친 그 지인은 재취업을 결심하게 되었고, 결국 유명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얼마 후 만난 그 지인의 말투나 행실은 이전과는 180도 바뀐 느낌이었습니다. 평소 갑질부서나 기업에 대한 비판과 본인은 절대 그러지 않아야 겠다고 말했던 그 분이...이제는 '직장생활이 힘들어도 자기 밑에 거래처가 수 십개가 있고, 매일매일 대접 받는 느낌에 한결편하다' 라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마치 대학 선후배 문화/군대의 악습이 대를 이어가면서 사라지지 않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인간의 보상심리가 '갑질' 을 전염시킬 수도 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못된 것이었겠지만 막상 자신이 그 위치에 서게 되면 과거에 당했던 분함과 정신적 손해를 잊지못하고 결국에는 이를 해소할 방법마저 본능적으로 찾게 된 것이겠죠.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권력과 지위의 여하에 따라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 대대수의 사람들은...자신이 당한 만큼 그것을 역으로 보상 받으려는 심리를 휘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낼 것이고, 어쩌면 이것이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갑질문화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던 주요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뭐, 어찌보면 새로울 것 없이 당연한 것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