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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좋아하는 것을 시키고 지원하는게 자녀교육이다


BY 사교계여우 2020-10-24

"머리가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자주 듣는 말이다. 자녀가 좋아하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을 지원해주면 될 것 같은데......
​문제가 있다.
​자녀 자신도 부모도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경우가 드물다. 좋아한다고 해서 학원을 보냈더니 조금 지나서 지겨워하고 다른 것을 찾는 자녀를 둔 부모......
​본인의 자식만 그런 것이 아니니 실망하거나 노여워할 필요 없다.
​나는 두꺼운 매뉴얼을 싫어한다. 스마트폰 매뉴얼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기본적인 것만 이해하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기계치"다.
​매뉴얼에 따라서 작동해가면서 습득하거나 또는 시행착오(Trial & Error) 과정을 통해서 습득하는 지식, 즉 실행 과정을 통해서 축적하는 지식을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이라고 한다.

절차적 지식에 따라 무엇을 하면(do) 예정되어 있는(알고 있는) 결과물을 확실하게 얻는다. 오늘날 밥 먹고 사는데 필요한 지식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서 모바일 폰 앱을 만드는 프로그래밍은 절차적 지식이다. 전복 껍데기에서 자개를 잘 추출해서 멋진 자개 공예품을 완성하는 지식은 절차적 지식이다. 기업의 복잡하게 얽혀있는 돈과 재산을 숫자로 명료하게 정리하는 회계지식도 절차적 지식이다.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는 지식의 대부분도 절차적 지식이다. 치과의사가 임플란트를 하는 지식도 절차적 지식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을 거치면서 나는 경쟁력 있는 전문 기술자가 될 자질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깊이 파고들어 실행을 반복하면서 예상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항상 나올 수 있도록 절차적 지식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내게는 벽이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다.
못하는 것이 있으면 조금 잘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자녀교육도 자녀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인도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나는 인과 관계를 찾아내는 것, 로직을 찾아내는 것에 어려서부터 흥미를 느꼈다. 궁금한 것이 많았고 "왜(why)"를 이해하면 행복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쉬운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았다.
제한된 정보를 이용해서 일정한 흐름을 찾아내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도출한 결론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내가 도출한 결론이 틀릴 수도 있지만, 맞는 경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필요했고 따라서 기획, 마케팅, 영업, 경영 등은 내가 나름대로 경쟁력 있게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다.
직장에서나, 자영업자로서나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결론을 도출해서 논리적이고 쉬운 언어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좋았다. 이것이 내가 30년 이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라고 나는 믿는다.
인지 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에서는 이런 종류의 지식을 선언적 지식(Declarative Knowledge)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요즈음 친구들과 당구를 치면 주로 지는 쪽이다.
"지는 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다만, 지는 습관을 기르지는 말라!"라는 말이 있는데....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기량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작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내 두뇌 활동의 성향 때문이다.
반복 훈련을 통해서 정확도를 높이는 절차적 지식을 축적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몰랐던 원리를 이해하면 행복해지고 어느 기술, 특히 난도가 높은 기술을 몇 번 시도해서 물리학적 원리를 확인하면 배움에 대한 내 호기심은 끝난다.
나 같은 유형은 선수가 될 수도 없고 코치가 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분야에서 굳이 일을 해야 한다면 보통 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돈이 되는 일인지는 그다음 문제다.
어린 자녀가 무엇을 할 때 오랫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몰두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두뇌 활동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머리를 잘 쓰는지 관찰한다면,
적어도 앞에서 언급한 절차적 지식 쪽인지 선언적 지식 쪽인지는 알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