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린이날이 생각이나서 뜬금없이 7살 딸아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뭘갖고 싶냐고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 없는 답변이 나왔다. 레고 롤러코스터.
마치 이 순간을 준비했다는 듯. 나도 지체없이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레고 정도의 물건으로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지금 이 시절이 얼마나 좋은가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호기롭게 갖고 싶은 그것을 선물 할 수 있는 엄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출근하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침에 딸아이에게 들었던 롤러코스터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인생은 오르락 내리락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 같다는 흔한 말.
흔한 비유지만 결코 틀리지 않다.
롤러코스터에 오르기 전에는 오만가지 상상과 걱정, 기대를 품고
기다리는 줄이 지겹기도 하고 고릿적 옛날 추억까지 꺼내가며 수다를 떨고
막상 탑승을 하고 안전바가 내려오면 그 기다리는 과정은 순식간에 지워져 버린다
그리고 일단 기차가 출발하고 나면
상상, 기대, 걱정 같은 감상적인 단어는 끼어들 틈이 없다
가슴 철렁하고 안도하고 다시 내려앉고
밖으로 내동댕이 쳐질듯 휘돌아가는 힘을
그저 견디고 놀라고 소리지르며 분출할 뿐이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코너를 돌아 출발한 곳에 기차가 멈춰서면
그때서야 안도하고 옆을 보며 함께 출발했던 이들을 살피게 된다
그리고나서 드는 생각.
왜 이리도 짧은가. 기다린 시간이 얼만데.
이런 생각들이 결코 가볍지 않게 들리는 것은
내가 지금 롤러코스터를 기다리는 입장도 아니고,
안전바를 내리고 마지막 기대감의 심호흡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점과 저점을 찍으며 정신없이 폭주하는 중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이 기차가 오래오래 폭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너무 일찍, 그리고 갑자기 마지막 모퉁이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사람의 욕심도 사심도 늘 위를 향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온전히 견뎌내는 내력이다
어느 유명한 드라마에서 인생의 내력이란 말을 듣고
그 담담한 촌철살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력이 필요한거다.
다시 롤러코스터로 돌아간다.
그렇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사람의 선택지는 몇가지가 있다.
이번엔 뭘 타볼까 하고 다른 놀이기구를 향해 가거나
우리 한번 더 탈까 하고 다시 대기줄 맨 끝을 향해 가거나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후자였던 적이 훨씬 많았던거 같다.
늘 다시 한번 해보고 싶었고. 이번엔 더 잘해보고 싶었다.
분명 다시 타는 롤러코스터는 처음보단 더 견딜만 할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분명한 건 처음보단 덜 짜릿할 것이다
내력일지 내성일지 불분명하지만 아무튼 그것이 생긴것이다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다는 뻔한 말에서
롤러코스터의 중반 이후를, 그 다음을 떠올리게 되는 건
어느새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이 바닥 17년차의 나름 자연스러운 수순일까.
이제 롤러코스터가 나에게 주는 것이
짜릿한 스릴인지, 공포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놀이 동산에 입장을 했고
온전히 나의 의지로 롤러코스터를 골랐고
조금은 지겨웠지만 나름대로 소담스러웠던 대기시간을 지나
미친듯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있다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은 지났고 후회는 이미 늦었다
오직 내력의 시간만이 남았다
그럼에도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나는 분명 멈춰선 롤러코스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대기줄 맨 끝을 향해 달려갈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