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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설날 우리 가족 모습


BY 사교계여우 2023-01-23

오라버니가 웬일로 이번 설날에 해외여행을 안 가서 오랜만에 가족끼리 명절 연휴에 모였다. 이번 연휴에는 새언니 생일이 끼어 있다고 엄마가 고급 식당에서 밥을 샀는데, 아니 엄마, 왜 나랑 오빠 생일에는 이런 거 안 사줬어? 어쨌든 덕분에 배터지게 회를 먹으니 좋았다. 화이트 와인도 일식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오라버니가 [네가 마시고 싶어서 와인 사왔지?] 하고 나를 꿰뚫어봐서 좀 짜증나기도 했는데, 오빠는 그날 차를 가져왔으니 나보다 더 짜증이 났을 것이다. 다음에 오빠가 또 차를 가져오는 날에는 더 맛있는 와인을 준비해서 마셔봐야지. 

엄마는 새언니가 미국인이어서 명절에 부모님도 못 만나는 것이 무척 안쓰러운 모양이었다. 나에게는 몇 주 전부터 새언니 생일선물을 준비하라 닥달하시더니, 그 이후에는 연휴에 문을 여는 고급 식당까지 찾아보라 명하셨던 것이었다. 새언니란 사람은 엄마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였는데, 입이 짧은 오빠와 매일 밥을 먹어줘서 그렇단다. 엄마는 오빠가 새언니에게 요리를 해다 바치든, 받아 먹든 둘이 잘 먹고 살면 그만이라 했다. 

옆에서 엄마와 새언니의 대화를 들어보면 고부간의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발견할 수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만나 [하와유, 파인땡큐, 앤듀] 정도 이야기하면 완벽한 거 아닌가. 그래도 엄마가 영어를 열심히 배워 [딜리셔스, 아임 풀, 디저트]까지 구사할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인사말 이후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식사는 맛있고 양도 많았다. 무엇보다, 누구도 명절에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다. 일식 오마카세, 프랑스 와인,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조금 이상하지만 편안한 설 연휴였다. 

[오늘의미션] 설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