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문제는 어느 정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천박한 의료 문화의 결과인 것 같아요. 물론 역사적인 경로는 있어요. 건강보험제도를 빠르게 발전시켜 오면서 늘어난 의료 수요에 대처하려면 제일 필요한 게 병원을 짓는 거였어요. 그래서 민간 병원이 엄청나게 많아지게 된 거예요. 민간 병원만 성장하면서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들은 비효율의 대명사가 돼 버렸죠. 진주의료원만 해도 강제로 문을 닫았잖아요. 공공병원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는 다들 아실 거예요. 저소득층이 치료를 받으러 갈 곳이 없어져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최일선에서 대응했던 공공병원들은 지금 큰일이에요.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의지나 책임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요. 바람직한 방향은 지자체에서 공공병원을 짓는 건데, 적자가 나니까 안 하죠. 공공병원이 저소득층이나 꼭 필요한 진료에 쓰이기보다는 수익을 내길 원하니까요. 그러다보니 지역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고 어려운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원론적으로 공공의료가 확충·강화된다면 어떨까요. 수익을 따지진 않겠죠. 쉽게 말하면 시골 우체국인데, 수익성만 따지면 절대 있을 수 없는 곳에도 우체국은 있잖아요. 소방서, 파출소도요. 근데 유독 의료는 돈을 따진단 말이에요. 인구 절벽 문제에서 가장 핵심이 의료인데요. 의료체계가 이렇게 위기라면 공공의료에 돈 써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돼야 하는데, 아예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