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로봇 연구자들은 이중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로 ‘로봇의 뇌’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뇌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과학자들은 뇌의 외곽만을 맴돌고 있다. 이 분야의 최전선에 한국 과학자들이 있다. 원로 과학자 중에서는 가천의과대학교 조장희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신희섭 박사가 첫 손에 꼽힌다. 조 박사는 1973년 CT(컴퓨터 단층촬영장치)의 수학적 원리 분석을 시작으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장치)와 MRI(자기 공명장치) 등 3대 인체영상기기를 모두 개발한 세계 유일의 과학자다. 일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신 박사의 연구실은 ‘쥐’로 가득하다. 층층이 문으로 닫혀진 연구실은 먼 거리에서도 동물의 배설물 냄새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 정도다. 유전자 변이를 유발한 수많은 쥐 모델을 이용해 신 박사는 미지의 영역인 파킨슨, 치매 등 뇌질환과 사이코패스 등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연구를 놓고 KIST 내부에서도 논란은 거세다. 확실치 않은 연구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신 박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뇌는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고, 이를 알아야만 모든 인간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뇌과학은 하이리스트, 하이리턴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