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년 이상이나 담배를 피웠던 친구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담배를 뚝 끊었다.
하도 신기하기에 물으니 자신과의 약속에서 이긴 거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건강이 안 좋아 등산을 시작했지.
한데 하루는 산을 오르다 헉헉대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날 금세 추월하시는 거야.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등산을 계속 하려면 담배를 끊으라지 뭔가.
그날 난 작심했어!
다음에 뵈면 내가 반드시 저 할머니를 이기리라고.
그날 당장에 담배를 죄 잘라버렸지!”
그 바람에 친구는 두 갈래의 칭찬과 조소의 홍수에 파묻혀야 했다.
“대단하다, 넌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래, 잘 났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백 년 천 년 살아라.”
#2
아들이 고 3이었을 당시 나는 일곱 달이나 술을 끊은 적이 실재한다.
일주일에 통상 2~3일은 술을 ‘먹어줘야 하는’
애주가인 탓으로 과음과 폭음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자면 수험생 아들에게 심리적 압박까지 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래서 금주를 철저히 실천했던 것인데 여하튼
당시에도 친구들은 양분되어 나를 띄워주거나 아님 흉 봤다.
“너의 그 약속 실천이 네 아들을 좋은 대학에 가게 한 원동력이다!”
“푸훗~(^^) 개가 똥을 참았다? 그럼 이제 소주 회산 다 망했네...”
어제(6월 23일) 우리 축구가 나이지리아와 2대 2로
비기면서 마침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위업을 쌓았다.
이를 기화로 많은 사람들, 특히나 연예인들의
약속 이행에 세인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선 ‘우리 축구의 16강 진출 약속’ 이행의 차원에서
방송인 최화정씨는 당초의 공언대로 어제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방송을 진행하였단다.
이 바람에 비슷한 공언을 했던 가수 김흥국씨 역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을 깎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위기(?)에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영화배우 박진희씨도 우리 축구팀이 16강에 진출하면 서울광장에서
티셔츠 160벌을 나눠주겠다고 공언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들었다.
한데 이 경우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 월드컵을
지원하고 성원하는 대기업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음 어떨까 싶다.
즉 오는 26일의 대 우루과이 응원전 때는 서울광장에 모일
응원 인파 모두에게 티셔츠를 공짜로 주는 이벤트 내지는 마케팅을 실시하자는 거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이번에 우리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저변은 허정무 감독의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배수진의
각오와 선수단 전원의 ‘반드시 필승하리라!’는 대 국민 약속이 일궈낸 합작품이었다.
R.W.서비스는 “해 놓은 약속은 미지불의 부채이다”라고 했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약속을 지킬 때 세상은 아름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