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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취하면 필름이 끊기거늘…”


BY 아줌마닷컴 2020-05-28

“기업도 취하면 필름이..2005년 – 1867년 설립된 독일 필름 회사 아그파 파산 선언
아날로그 시대를 풍미한 필름 3대 브랜드로 아그파, 코닥, 후지가 있었습니다.
아그파와 코닥은 1800년대에 설립되었고 후지 또한 1934년에 설립되었으니 전통도 만만치 않은 기업들이었습니다.

그런데 2005년 아그파, 2012년 코닥이 연이어 파산을 맞이했습니다.
디지털시대가 새벽처럼 엄습하면서 디카와 스마트폰이 필름 시장을 초토화시킨 것입니다.

 그 초토화의 과정은 교묘했습니다.
새로운 천년인 2000년이 시작되며 누구나 디지털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던 때, 아그파의 경우 2001년에 사상 최고 필름 판매량을 기록하며 최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것은 밤새 독주를 마신 후 새벽 즈음에 입가심으로 마시는 생맥주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당장 입에서는 시원했을지 몰라도 필름이 끊어지게 만든 독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벽처럼 조용히 엄습한 디지털시대가 여명이 걷히자 환하게 밝아왔음에도 밤인 양 술잔을 놓지 못한 아그파는 최고 전성기 이후 4년만에 그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코닥의 경우도 1975년에 이미 세계 최초로 디지컬카메라를 개발하는 등 다가오는 새날을 준비했지만 주력이었던 필름사업에 취해 자리를 박차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파산을 맞이했습니다.
그나마 후지는 주력이었던 사진기 필름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용 필름, 화장품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며 살아남았습니다.

백년 동안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 소위 ‘초격차’를 보이며 세계 필름 산업을 장악했던 기업들 사례를 보면서 이미 엄습한 4차산업혁명시대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잔인한 바이러스가 할퀴고 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생각해봅니다.

언제 어떻게 밝아올 지 모르는 그 시대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항아리째 술을 들이켰다는 천하의 주당 장비도 취하면 필름이 끊겨 부하들을 괴롭히던 평소 습관 때문에 영원히 필름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일단 나를 취하게 만드는 것, 나의 필름을 간헐적으로 끊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살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