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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풍년 기원


BY 사교계여우 2022-06-03

어린시절 시골집에서 저는 새내끼를 꼬았습니다. 
새내끼(산내끼)가 뭐냐고요? 
새끼줄을 일컫는 전라도 말입니다.
일본말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우리말이었네요. 
생각하면 신기합니다. 
어린 제가 어떻게 새내끼를 꼴 수 있었는지. 
농경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데 서울로 이사와서는 한번도 
새내끼를 꼰 적이 없습니다.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개가 그러할 것입니다.
시골에 살아도 합성수지로 만든 끈들을 써서 
새내끼를 꼬울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가닥 작은새끼줄을 겹치고 겹치면 동아줄이 됩니다.
동아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줄다리기를 할 때 쓰이지요.
호랑이에게 쫓기던 오누이가 살게 된 것도 하늘에서 튼튼한 동아줄은 내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고싸움 놀이를 할때는 어마어마한 양의 동아줄이 쓰입니다. 
통나무에 동아줄을 감는다 해요. 

제 고향 김제 입석마을 입구엔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세워져 있습니다. 
줄다리기에 필요한 줄을 이 돌에 감아놓았다고 합니다.
줄다리기와 고싸움은 풍년을 기원하며 
벌이는 한바탕 큰 놀이입니다.
산업화로 인해 마을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들이 사라진게 아쉽네요. 
품앗이를 해가며 어울렁더울렁 살아갈텐데 
지금은 옆에 누가 살고있는지도 몰라요. 
이웃에 떡을 돌리는 풍습도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혹 누가 이사를 왔다고 떡을 돌리면 요새도 떡돌리는 사람이 있나 하며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지요. 
한마디로 삭막한 도시 생활입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sns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며 
살아간다는 것일까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각납니다.
손바닥에서 꼬이는 벼의 느낌이.
당장이라도 새내끼를 꼬아 짚신도 만들고 망태기도 만들고 거적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손엔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낸 물건들 뿐입니다.
편리하지만 자연과는 동 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