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전통음식인 한식(韓食)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관련 정책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한식진흥법’이 국회를 거쳐 지난해 8월 공포됐다. 정부는 법 제정에 맞춰 한식의 발굴·복원과 함께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 등 글로벌 음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구상을 밝혔다. 정부 차원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별 성과는 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고, 이어 박근혜 정권 때엔 국정농단 세력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런 과거 혼란을 의식한 듯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8월29일 한식진흥법을 공포하면서 “한식의 국내외 확산과 한식 산업의 혁신성장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제정된 한식진흥법을 발판으로 한 새로운 도약을 강조했다.
세계인들에게 ‘슬로 푸드’로 알려진 한식의 세계화를 겨냥한 국가 정책은 맛의 고장인 지방의 한 자치단체가 정부보다 앞서 도전에 나섰고, 이미 적잖은 성과도 내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이면서 국제슬로시티인 전북 전주시가 그 주인공이다.
전주시는 2005년 6월 ‘전주 음식 명인·명소 발굴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식품위생법에 의한 모범음식점 지정 제도와 몇몇 지자체들이 추진하던 향토음식 발굴 육성 조례와는 다르게 ‘한식의 세계화’가 목표였다는 점에서 유사 조례와 확연하게 차별화됐다. 이 때문에 이 조례는 법률이나 정부 정책보다 먼저 한식의 세계화를 꿈꾼 최초의 자치법이며, 한식진흥법의 초석이 됐다.
전주시 음식명인 조례 제1조(목적)는 ‘전주시의 음식 명인·명소를 발굴하고 육성해 맛과 멋의 고장 전주의 위상을 드높이고 음식문화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세계적인 음식의 고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강현윤 전주시 전통문화예산과 한식팀장은 “2002년 전주에서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린 이후 전주 음식, 특히 비빔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런 분위기는 우리 고장 음식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했고, 세계적 음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기게 했다”고 조례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전주시가 지금껏 지정한 명인·명가·명소는 모두 12명(곳)으로 한정식과 비빔밥, 한과, 김치, 청국장, 폐백음식, 전주 백반 등의 분야이다. 이들 명인과 명가에는 전주시가 행·재정적 지원과 함께 대내외 홍보 활동과 후계자 양성을 도와준다. 신청자격은 까다롭다. 명인은 조리 경력 20년 이상, 명소는 영업 사실 20년 이상이어야 하며 명가는 3대 이상 대를 이어 가문 내림음식을 조리한 사람으로 조리 경력이 10년 이상으로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