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잡곡밥, 너였어? [뉴스메이커 2003-11-20 15:33:00] "우리 식구는 모두 잡곡밥을 먹어요. 부모가 먹으니 아이들도 잘 따라 먹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어른에게 좋다고 아이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강남에 사는 김기숙씨(35)는 5세 된 딸이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병원을 찾아 상담해도 특별한 원 인을 찾지 못해 걱정이 컸다. 그런데 한의원 한 곳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잡곡밥이 아이에게 소화기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아이가 아토피와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심하게 앓아 식생활을 바꿔볼 생각으로 현미 잡곡밥을 먹이고 있었다. 처음엔 찹쌀현미를 섞다가 다음은 오곡혼합식을 했다. 이후 아이가 자주 배가 아프다는 말을 하고 밥 먹는 중간에도 설사 때문에 들락날락거리기 일쑤였다. 진단 결과 김씨 딸이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는 이유는 잡곡밥 때문이었다. 6세 이전 어린이엔 먹이지 말아야 잡곡밥은 쌀밥보다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몸의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자칫 심각한 소화기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잡곡밥을 먹고 나서 아이의 배변 상태가 일정치 못하고 설사를 할 때도 그 곡식이 아이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 쌀밥에 잡곡 한 가지만 섞어 아이의 상태를 살핀 후 먹이도록 권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까지는 과도한 잡곡밥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 6세 이전의 아이는 주의해야 한다는 게 한의사들의 얘기이다. 강북에 사는 진지희씨(32)의 3세 된 아이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 이 아이의 몸무게는 10~11㎏ 정도이고 키는 90㎝로 마른편이었다. 진씨의 걱정은 아이에게 밥을 주면 헛구역질을 한다는 것. 면이나 생선은 잘 먹는데 이상하게 밥만은 삼키지 못했다. 진씨의 아이도 잡곡밥이 문제였다. 진씨는 아이에게 유기농으로 흰쌀과 오곡을 함께 해서 먹였다고 한다. 그것도 하루에 두어 번 정성을 다해 새 밥을 지어서 주었다고 한다. 진씨는 "탄수화물 섭취는 빵을 먹여도 되지만 곡물에 들 어 있는 여러 가지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꼭 밥을 먹여야 하는데 밥을 먹지 않는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의 소화기에 문제가 있으면 식욕이 줄어들고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기혈순환도 원활하지 못하게 돼 '기체증'(기가 정체하는 현상)이 생겨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식욕부진-감기-두통이 자주 생길 수 있다.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목 부위에 기운이 정체되고 딱딱한 음식이나 덩어리진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삼킴곤란증'이 나타난다. 이런 아이에게는 잡곡밥을 주면 안 된다. 반드시 목 부위에 있는 기체증을 풀어주는 치료를 받고 난 후에 상태를 봐서 잡곡밥을 주어야 한다. 잡곡밥 1주일에 이틀 정도가 적당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 이런 아이가 얼마나 될까. 한의사들은 "허약하다고 한의원을 찾는 아이의 반 수 이상이 비위 등 소화계통이 좋지 않은 경우"라고 말한다. 허약한 아이의 반 이상이 잡곡밥을 먹으면 건강이 오히려 나빠진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아이를 집에서 체크하는 방법이 있다. 평소 아이의 얼굴색이 누렇거나 푸석해 보이고 손가락 끝에 거스러미 등이 잘 일어나면 이미 소화기가 약해져 흡수력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손톱이나 발톱이 얇고 잘 벗겨지는 등의 증상도 마찬가지다. 속이 메슥거린다거나 툭하면 체하고 입냄새가 나는 아이도 결국은 소화기 계통이 안 좋아서 나타나는 증세이므로 잡곡밥을 피해야 한다. 부모는 잡곡밥이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기타 유-무기질의 영양분을 공급해준다고 알고 있으므로 아이에게 1년 내내 잡곡밥을 먹이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성장기 어린이의 신경계 발달에 가장 필요한 영양분은 단백질도 지방도 아닌 탄수화물이다. 특히 뇌 발육이 왕성한 4세 이전에는 충분한 탄수화물이 공급돼야 한다. 잡곡밥은 1주일에 이틀 정도가 적당하다. 그것도 대여섯 가지 종류의 잡곡을 한꺼번에 섞지 말고 콩이면 콩, 수수면 수수 한 가지 종류를 먹이는 것이 좋다. 그 중 찹쌀과 콩은 아이에게 큰 무리없이 먹일 수 있는 잡곡이다. 찹쌀은 부드럽고 소화시키기 좋아 이유식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먹여도 아무런 탈이 없다. 맛이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어릴 적 식습관 형성에도 좋다. 이유기 때부터 달착지근한 과일이나 가루 이유식에 맛들이면 야채-곡류의 밍밍하고 싱거운 맛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해 편식하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 이유식용으로는 찹쌀로 미음을 만들어 먹이면 좋다. 물에 충분히 불린 쌀을 약간만 눌러도 형태가 없어질 정도로 충분히 끓여서 사용하면 된다. 콩은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탄수화물-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이유식 재료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콩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만 2세 이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 콩이 아이에게 좋다는 이유로 음식 삼키기가 힘든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면 소화기 기능이 더욱 저하돼 식욕부진-복통-설사-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신 콩을 이용해 만든 부드러운 두부나 두유 등을 간식으로 조금씩 먹이는 것이 좋다. 이미 소화기 기능이 떨어져 있는 아이에게는 잡곡밥보다는 위장 기능을 튼튼하게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장을 튼튼히 하는 한약재로는 창출-백출-향부자가 있다. 창출과 백출은 쉽게 말해 국화과 식물인 삽주뿌리를 말한다. 묵은 것을 창출, 햇뿌리를 백출이라 한다. 예부터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여 밥맛을 좋게 하는 데 사용해왔다. 향부자도 위장 기운을 좋게 하고 인삼-삽주뿌리와 먹으면 기운이 돋는다. 바른 식생활도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다. 인스턴트식품이나 밥 대신 군것질로 배를 채우는 아이는 소화기계 장애가 쉽게 온다. 인스턴트식품이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빵-과자-면류-아이스크림-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음식은 꼭꼭 잘 씹어 먹도록 교육해야 한다. 〈도움말: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 원장〉 소화기 약한 아이 고치는 민간요법 창출-백출-향부자는 서울 경동시장에서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약성이 강해 한방치료에서 처방용으로만 사용되는 약재다. 특히 향부자는 향기도 강해서 먹기가 어렵다. 그나마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백출이다. 백출 4~8g 정도를 30분 정도 달인 물로 죽을 쑤어 먹이면 된다. 백출죽이다. 집에서 먹일 때는 아이에게 아주 적은 양을 연하게 먹여야 한다. 이외의 민간요법으로는 대추구기자차가 있다. 대추와 구기자를 넣고 물을 부어 국물을 진하게 우려낸 뒤 하루에 여러 번 꾸준히 먹이면 소화기를 따뜻하게 해주어 소화 기능을 돋울 수 있다. 대추와 구기자는 맛이 단 편이라 아이들 먹기에 부담도 없다. 마죽도 있다. 한방에서 산약이라 부르는 마는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며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날 것을 갈아 즙을 낸 다음 밥에 비벼 먹거나 말린 가루로 죽을 만들어 먹여도 좋다. 마와 밥을 함께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이다가 익으면 믹서기로 곱게 간 뒤 냄비에서 약한 불로 계속 끓여 우유 한 컵을 넣고 잘 저어서 먹이면 된다. 산사죽도 집에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다. 산사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인 산사나무의 성숙한 열매다. 경동시장에서 한약재로 구할 수 있다. 산사는 한의학적으로 비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한방에서는 고기를 먹은 다음 얹혀서 속이 답답하거나 설사를 할 때 소화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산사 4g을 달인 물에다 아이가 하루 먹을 쌀을 넣고 죽을 끓여 먹이면 된다. 평소 잘 체해서 손발이 차고 이마에 미열이 있는 아이에게 특히 좋다. 산사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이 강해 한방에서 소화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