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화목한 시간을 위하여-소박한 밥상
주부로서 산지 11년째다.
밥상은 늘 찬거리의 걱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식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신혼때와는 달리 영양면에서도 신경을 써야한다.
더구나 요즘은 너도나도 신토불이를 외치지만 막상 장을 보려면 두려움이 앞선다.
콩나물, 두부, 단무지, 각종 채소 할것없이 거의 외국 수입식품들로 진열장을 빼곡 매운 터에 무얼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시장보기가 두려워졌다.
열 살남짓 된 아이한테 마트에 가서 니가 먹고싶은 것 아무거나 사오라고 주문해버리기 일쑤다.
주부로서 직무유기나 다름없는 생활이 이어지고 어쩌다 식구들의 음식투정이 있을 즈음엔 '오늘은 엄마의 스페셜요리를 기대하라'며 동분서주 하지만 막상 요리를 할라치면 두려움이 앞선다.
'요리는 왕도가 없다'라고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명언이 뇌리를 스칠때면 나만의 개성을 한껏 살린 요리가 탄생한다.
식구들은 엄마가 또는 아내가 만든 요리라고 정성스레 먹어준다.
역시 가족은 이래서 한 밥상아래 앉아있을 때 새록새록 정이 드는가보다.
오늘의 엄마표 스페셜 요리는 불고기볶음요리이다.
밥은 백미에 발아찰흑미를 조금 섞어 보랏빛으로 물들이면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집된장을 풀고 연한 호박잎을 넣어 국을 끓이니 그냥 맹물에 된장국을 끓인 것보다 조금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불고기 재료로 돼지고기 등심 조금, 양파, 당근, 양배추, 파프리카, 대파 등을 잘 다듬고 갖은 양념에 잘 재어둔다.
양념으로는 참깨,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즙, 다진 마늘, 술 약간, 간장 등으로 한다.
두어 시간이 지나면 재워둔 고기와 채소를 후라이팬에 넣고 익힌다.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향긋한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지기 시작할 즈음엔 가족들이 부엌에 들락거리기 시작한다.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면서 고기가 잘 익도록 젓는다.
쌈을 쌀 야채인 상추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고 건져둔다.
안 매운 고추도 몇개 씻어서 함께 낸다.
양념장은 집된장과 약간의 고추장, 매실즙, 참깨, 다진 마늘 등을 한데 섞어 종지에 낸다.
밑반찬인 배추김치를 보기좋게 접시에 담고, 갓김치도 조금 낸다.
간장에 절인 껫잎과 된장에 절인 고춧잎도 작은 접시에 담는다.
토란대 무침은 마침 이날 시어머님이 퇴근 길에 잠깐 들른 남편편에 들려 보내온 것으로 아직도 뜨뜻하다.
들깻가루를 넣고 지진 토란대의 들큼한 맛이 입맛을 다신다.
오이를 된장에 찍어먹는 맛도 아삭아삭하니 좋다.
비록 소박한 밥상이긴 하나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을 차려 놓으니 기분도 좋다.
주부가 매끼니 밥상 차리는 게 일이지만 사실 밥상차리는 것 만큼 힘든 일이 없다.


여기서 잠깐!
사랑하는 아내가 차려준 소박한 밥상을,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상을 받아앉고 잊지 말아야 할 한마디!
"잘 먹겠습니다."
다 먹고 난 뒤엔 반드시
"잘 먹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가족의 건강과 화목한 시간을 꿈꾸며 정성껏 차린 음식을 비록 소박한 밥상이나마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이 더욱더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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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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