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굴국밥에서 제대로 맛을 느끼는 건, 굴 때문일까? 나이 때문일까? 날씨 때문일까?
뭐 하나 빠지지 않고 3가지가 딱 맞아야 제맛이 나는가 봄.
나 원래 뽀얀국물도, 익힌 굴도, 춥다고 국물 홀짝 거리는 그런 여자사람 아니었는데
이젠 3가지가 다 좋아졌다.
제기랄....이젠 나이 먹은 여자사람이 되어가나보다?
아직 이른데..
굴국밥은 끓이는 사람 마음인데
나는 있는 재료만 다 털어 넣고 끓였다.
다른 사람들 끓인 거 보니 달걀도 넣고 두부도 넣었던데 달걀은 별로지만 두부는 넣어도 좋을 거 같다.
굴국밥도 재료는 단촐하다.
재료
무,굴(익혀먹는 굴/물론 생굴도 된다),건다시마, 대파,마늘,청양고추,팽이버섯, 액젓, 국간장,소금,후추,참기름
끓이는 방법
ⓐ굵게 썬 무를 참기름과 다진마늘 넣고 볶는다.
ⓑⓐ에 물(다시마 우린 물/맹물도 된다)을 부어 무가 투명해 질 때까지 끓인다.
ⓒⓑ의 무가 투명해지면 굴과 나머지 채소를 넣고 간을 맞춘다.
ⓓ간을 맞춘 후 기호껏 후추와 참기름 한방울을 넣고 마무리 한다.
(참기름은 개취껏, 안 넣는 게 더 깔끔하면서 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굴을 오래 끓이면 단단해지고 크기가 쪼그라들어 보기도 맛도 별로니까 잠깐만 우르륵 끓인다.
국물이 끝내줘요. 끝....
굴이 바다의 우유라 하더니 그런가 봄 .
진짜 뽀얀 국물이 나온다.
부드럽지 않은 거친 현미밥은 아니올시다.
국밥에 넣은 재료 다 부드러운데 현비밥을 제일 오래오래 꼭꼭 씹어야 했다.
고기도 아닌 주제에 ....
설거지하기 딱 좋은 밥상이다.
겨우내 움추렸던 입맛이 봄이라 살아났다...고 남들은 얘기한다.
난 4계절 내내 입맛이 죽지 않으니 내 입맛은 오늘도 의기양양인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