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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간편 요리


BY 사교계여우 2022-03-23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돈을 벌어 밥을 먹는데


특별한 회사에 속해 있다기 보다는 집에서 여기 저기 일을 받아서 하는 편이다. 

집에서 일을 하려고 자리에 앉을 때에는

설걷이가 모두 끝나 있고, 세탁물이 너무 많이 쌓이지 않았고 침대에는 이불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가 가장 좋다.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켜서 이상적인 온도와 습도로 맞춰 놓는것도

빠뜨리지 말아야지. 

종종 좀 답답하다 싶으면 집을 관통하는 창들을 열어 환기를 한다. 

운이 좋으면 송풍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바람이 집을 시원하게 관통하기도 한다. 

집중해서 6시간 이상을 일 하다 보면 몸도 아프고 머리도 멍해진다. 

그런데 6시간보다 더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최대한 피곤한 상태에서 몸을 누이고 아주 깊은 잠을 한시간 남짓

얕은 잠을 두어시간 자고 나면 아주 개운한 상태에서 다시 잠에서 깨게 된다. 

이때 바로 일을 할 수도 있고(일을 할 수도 있다고 했지, 한다고는 안했다. 난 기계가 아니라서...)

보통은 집안일을 하게 된다.

...
......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는것도 아니고, 끼니를 반찬 제대로 차리고 국이나 찌게 챙겨 먹는

편도 아니지만, 뭘 하든, 커피를 마시더라도, 과일을 하나 먹더라도 자잘한 설것이 꺼리가

하나 둘 늘어나서, 아주 작은 주방의 아주 작은 싱크대를 가득 채우는게 금방이다.

하지만, 겁먹을 필욘 없다. 

좋아하는 노래나 팟캐스트 하나 틀어 놓고, 고무 장갑을 끼운 후에 하나 하나 종류별로

나누어 하나씩 씼어 건조대에 올리다 보면 어느세 말끔해진 싱크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물이 나가는 곳(하수구? 싱크홀?)에 섬유로 된 망을 씌워 사용한다. 

그리고, 자주 욕조 청소용 거품 락스를 뿌려서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게 한다. 

깔끔하게 설걷이를 마치고 나면 뭔가 여유롭게 마시고 싶어지지.

그렇게 다시 설걷이꺼리는 하나씩 늘어나고, 일정량이 되면 즐거운 설걷이 타임이 온다.

...
......

세탁물은 주로 티셔츠, 속옷, 수건, 양말이 한쌍으로 한번 씼을때마다 발생한다. 

하루에 한번, 샤워로 모든 씼기를 대신하는 편이다. 

여기에 외출을 했다면 외출에서 입고 벗은 티셔츠 추가, 2주 정도에 한번 바지 세탁

베게에 올려 놓고 커버 대신으로 쓰는 수건이 3~4일에 한장. 

주방에서 큰 그릇 세척 후 물기 제거에 사용하는 수건이 1주일에 한장 정도. 

침구류 세탁은 완전히 예외로 하자. 이건 그냥 특별한 이벤트. 일반 세탁에 포함 안됨. 

보통 세탁은 일 하면서 하게 되는데, 세탁은 내가 하는게 아니라 기계가 다 해 주니까.

드럼 세탁기에 넣고 세제 넣고 스타트 버튼 누르고 나면 일을 시작하면서

보통 세탁기 돌아가는 시간이 30분 정도 되니까, 그 안에 끝날 일을 사이즈를 골라 시작한다.

일을 마치기도 전에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세탁이 끝났다고. 

그럼 빨리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기고, 드라이 시트를 한장 넣고 다시 스타트, 

드럼 세탁기 바닥에 물 빠지는 호스를 이용해서 물을 버리는걸 잊지 말아야 지. 

건조기는 보통 2시간 정도 돌아가더라. 

일 하다 보면 '어? 벌써 끝났어? 아구구구...' 하면서 세탁물을 정리하러 가면 된다. 

나는 건조기로 돌려 대부분 바로 접어서 넣어도 되는 상태로 나오긴 하지만, 습관적으로

다시 다 실내 행거에 걸어서 보관하는 편이다. 

아무튼, 이렇게 세탁은 끝. 

건조기 먼저와 물통 비우는 일도 잊으면 안되지. 

...
......

청소는 세탁기를 설렁 설렁 돌리고, 돌돌이로 털이나 먼지는 수시로 찍어 내고, 특별히 

오염물을 흘린 경우에는 물티슈와 마른 티슈로 처리를 하는 편이다. 

화장실 청소는 좀 지저분 하다 싶으면 했었는데, 최근에 이사하고는 청소하시는 분을

불러서 화장실만 좀 부탁하는 편이다. 너무 금방 끝나서 다른곳도 청소해 주려고 하시던데

나는 내가 락스 냄새 안맡고 깨끗하게 화장실이 청소된거에 아주 만족하니 서로에게 좋은듯.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아이고 총각이 아주 집을 깨끗하게 해 놓고

사네. 우리 딸도 좀 이렇게 치우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락스 청소 하실때 송풍기 틀어 드리는걸 잊지 말아야지. 

아주 작은 베란다를 보조 주방처럼 쓰고 있다. 거기에는 밥솥, 

2구 가스 레인지, 전자 레인지, 에어 프라이어가 있는데 밥솥과 전자 레인지, 에어 프라이어는

쓸때를 제외하면 수건을 덮어 두니 따로 청소를 할 필욘 없다.

주로 여기 청소 이슈는 바닥에 기름때(요리 할때 기름이 많이 튀나봐)와 가스 레인지 상판을

청소하는게 일이다. 물티슈로 1차 씼고, 청소박사(알콜류 뭍어 있는 청소포)로 한번, 마지막으로

마른 키친 타월로 씼어서 반짝거리게 만들면 속이 다 시원하지. 

...
......

냉장고를 파먹을대로 파 먹어서 냉장고가 텅텅 비게 하는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얼음을 별로 쓸 일이 없었네. 

쓸 일이 없어도 충분히 얼음을 만들어 놓으면 든든하지.

전에는 마실 물을 옥수수, 보리차 물을 끓여서 유리병에 담아 넣어 두는걸 좋아했는데

브리타 정수기를 쓰게 되면서는 그럴일이 별로 없어서 좀 심심해 졌다. 

브리타 정수기는 대만족해서 쓰는 아이템인데, 수돗물을 직접 먹기엔 약간 냄새가 나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생수를 사다 먹으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페트병에 부담이 생길때에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함. 나는 이걸 강력 추천하지. 

멸균우유, 깡통 제품들(복숭아 통조림, 번데기, 골뱅이 등)이 좀 있으면 든든하다.

그리고 레토르트 사골국, 분말 카레, 즉석 스프 가루도 있으면 좋지. 

기본적인 양념들(진, 국간장, 참기름, 식용유, 올리브유, 후추, 맛소금, 소금, 설탕, 고춧가루,

된장, 고추장, 쌈장, 찐마늘, 액젓, 캐찹, 마요네즈, 통깨 등등등.. 너무 많네. 더 있는데. 생략)

도 떨어지면 마음이 불편하다. 요리술도. 미림이랑 요리술이 다르다. 요리술은 단맛 없는 거.

...
......

일상은 고단하지만, 하나 하나가 행복하다. 

일이 있어서 행복하고, 그게 어렵지만 결국은 하나씩 끝나서 행복하고, 

뭔가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쉴 수 있어서 행복하고, 쉬고 나면 개운하게 씼을 수 있어

행복하고, 그러고 나면 깔끔하게 설걷이 청소 세탁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환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환기 후에 다시 원하는 온도 습도를 맞출 수 있어서 행복하다.

커피나 차를 만들어 먹을 때에도 행복하다. (먹고 마신 후에 싱크대에 넣을때 약간 일상을 느끼지만)

코로나가 끝나면(그러긴 쉽지 않겠지만) 동네를 산책하는 행복도 다시 누릴 수 있겠지. 

그때까지 늘 일상적으로다가 행복하시길.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