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567

어느 중학생의 칼럼


BY 2010-01-19

!
머리가 길다 = 성적이 떨어진다?
[아직 중학생, 이재익 칼럼]
2010 년 01 월 13 일 수15:36:48 이재익

저희 학교도 그렇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매일 경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머리 검사입니다. 저희 학교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하지는 않습니다. 하여튼 등교할 때마다 저희는 공포에 떨면서 지나가야 합니다. 혹시 걸릴까 두려워서입니다. 저는 두발 검사에 한번도 걸린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그러나 걸린 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벌이 아주 힘들다고 합니다. 머리를 기르면 등교 때마다 고생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 갑자기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머리 길이를 단속하는 것인지, 즉 왜 두발 규제를 하는지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머리가 길면 공부에 집중을 안 하게 되고 머리에 신경 쓰게 되어서 결국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머리에 신경 쓴다고 공부에 집중을 안 하게 되나요? 제 생각에는 그렇게 큰 인과관계는 없을 것 같습니다.

머리가 길다 = 성적이 떨어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제가 그 반대 되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 虛 학교를 포함해 성적이 좋은 애들의 머리길이를 봤더니 단정하! 머리를 깎은 애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뭐 이런 거야 저희 학교만 그런 것이니 일반화를 시킬 수는 없지만, 이미 반례가 하나 있다는 것으로 이 논리는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이나 일본의 학교를 보면 두발 규제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교육은 우리나라보다 앞서나가죠.

그러면 왜 머리 긴 애를 잡을까요? 그것이 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 교칙은 왜 생겼을까요? 저는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습니다. 그 결과 4가지정도 이유가 나옵니다.

1. 학습에 방해가 된다.
2. 청결 유지에 도움이 된다.
3. 협동심이 생긴다.
4. 절약 정신을 기를 수 있다.

하나하나씩 반박해보겠습니다. 우선 <1. 학습에 방해가 된다>를 보면 어떤 면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실제로 쓸데없이 쉬는 시간마다 머리를 다듬는 학생이 있거든요. 그리고 머리가 길면 관리가 귀찮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머리가 짧은 것이 학습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학급의 분위기를 보면 머리가 짧은 것이 놀림을 받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이 북적! 이는 거리만 봐도 짧게 깎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저희 반 친구가 예전에 옆머리를 완전히 밀고 왔는데 해병대라며 놀림을 받았습니다. 또 항상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오는 애가 있는데 걔는 완전 바보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두발 규제에 걸려 머리를 짧게 밀고 왔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놀림을 받겠죠. 그러면 오히려 더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머리 길이를 자신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2. 청결 유지에 도움이 된다>를 봅시다. 만약 60년대, 조금 더 쳐줘서 80년대라면 이게 말이 됩니다. 머리가 길면 이가 생기고 비듬이 생기는데 당연히 짧게 깎아야죠.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길다고 청결하지 않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누가 요즘 머리가 길다고 이가 생깁니까. 2번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3. 협동심이 생긴다>는 2번보다 더 말이 되지 않습니다. 같은 옷에 같은 머리에 같은 교육. 참 협동심이 생기겠죠?

<4. 절약 정신을 기를 수 있다>. 이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머리를 싹 밀면 미용실에 가는 것보다 돈이 ! 적게 드니까 합리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규제에 ! 리면 미 용실에 가서 규제에 걸리지 않게 조금 깎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한 달에 한번은 미용실에 가야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드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즉 두발 규제 때문에 돈이 절약되지 않는 것이죠.

이런 것만 봐도 두발 규제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두발 규제를 실시할까요? 그 이유는 두발 규제를 하면 학생들을 통제하기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침마다 공포를 주고 체육시간마다 두발검사를 해서 애들을 체벌하면 학생들은 ‘아, 머리를 짧게 깎아야 되겠구나.’하면서 머리를 왜 자르는지도 모르면서 자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교사들에게 순종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인권 침해라는 사실. 학생도 사람입니다. 사람은 통제를 받을 이유가 없지요.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다운 머리는 원래부터 없었습니다. 만든 것입니다. 굳이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아도 말이 되지 않는 교칙이 바로 두발 규제입니다. 이런 것은 사라져야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