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어느 한 부분에서 난 숨을 쉰다.
아들이 쌓아 올린 블럭성 같은 빌링 숲에서...
쉴새없이 흘러다니는 자동차의 흐름속에서..
그리고 어디로 가든 목적을 찾아 행군하는 군중속에서..
나는 숨을 쉰다.
깊고 화려하게..
가끔 나는 무희가 되는 것을 꿈꾼다.
흰 살빛에 얇은 사를 걸치고 사뿐이 내려 앉는 나비처럼..
상상만해도 숨 가쁜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나비처럼 청순하지도 예쁘지도 않다.
그저 하루종일 사람과 사람속에서 머리를 굴리며 살 뿐이다.
이런 나에게 오신 손님은 나비 같았다.
크림색 코트에 엷은 화장을 하고 아직도 손이 투명한 듯한..
나이를 가름하기 힘든 분이 오셨다.
\" 안녕하세요\"
낮은 목소리는 깊이가 있다.
\" 네 어서오세요\"
나도 덩달아 저음으로 변한다.
\" 처음 입니다. 어떡해 해야 하나요?\"
가끔 연세 드신 분들이 어정쩡한 모습으로 내 처분을 바라고
서 있다.
보았던 모습과 달리 이분도 그러했다.
\" 우선 앉으세요..\"
\" 여기 앉으면 되지요?\"
\" 네 \"
상이 얇고 여려 보이는 것이 영락없이 여자다.
\" 사주 넣으세요\"
\" 사주?\"
\" 네..태어난 년월일시 넣으시면 되요\"
\" 아! 음..\"
사주를 보는 것은 사람을 읽는 일이다.
이쯤하면 이 여인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대충 의미가 나온다.
한 동작 몸가짐 하나에도 그여인의 품격은 나온다.
꽤 괜찮은 집의 의식주 걱정은 없을 여인네의 품격이다.
이제 이 여인이 여기에 온 이유를 알아야 할 차례이다.
사주를 푼다.
사주정설을 보면 사주추명학이란 사람의 생년월일시의 간지를
기준으로 해서 그 숙명을 예지하는 방술이라 했다.
그럼 사주를 보며 숙명을 예지하고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입을 다문 얼굴빛이 희다.
약간은 긴장한 듯 하다.
\"혹시 몸이 아프신가요?\"
\" 네\"
\" 남편과의 사이가 별로 안 좋으시죠?\"
\" ..\"
\" 남자 복이 없으세요\"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가슴이 아프다.
지금 두번째 결혼을 했다.
여인에겐 두번째 결혼 이지만, 남편에겐 두번째 여자 일 뿐 이다.
아내가 있으면서 다른 방에 모셔둔 셈이다.
첫번째 남자도 지금의 남자도 손찌검이 심하다 한다.
어디 때릴때가 있다고..
\" 그럼 저한테 좋은 사람은 언제쯤 오나요?\"
아직도 기다리나 보다.
나비는 날아서 날아서 이 꽃 저 꽃에 앉아 보지만,
역시 향기 강한 꽃을 찾아 또 날아가려 하나보다.
도심의 온갖 것들이 언제 그 인연을 찾아 빛을 낼까를
기다리며 산다.
병정처럼 걷는 저 사람들도 그 인연을 찾아서 숨 막히게
걷고..빌딩이란 것들도 인연이 있었으니 그 땅에서 위엄을
발아하고 사는게 아닌가!
사람의 인연도 사랑받길 원하면서 또 다시 찾고 쉬고 싶어하는 것
그것을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 남자를 찾지 마시고 일을 찾아보세요 정말 하고 싶은 일\"
\" 그게 뭘 까요?\"
고비고비 넘기는 일은 참 묘하고 어설프다.
사주를 풀어 방편을 세우고.. 그 방술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주쟁이가 아닌 본인 자신인것을...
이 여인이 남자에 갖혀 지낸다면..나 또한 어디에 갖혀 지내고 있을까!
언제 그 인연이 와 날 끄집에 내어 줄 것인가!
넓은 바닥에 먼지 한점인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