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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같은 남편..


BY 2006-01-25

언제나 혼자 점심을 먹는 것은 심심한 일이다.

간혹 손님 중 점심을 사겠다고 나가자는 일도 있지만..

원래 주변머리가 변변치 않아 사절을 하고 만다.

도시락이 최고인데..오늘 처럼 도시락도 없는 날엔 ..

점심은 역시 거추장스럽다.

몸집도 거구이니 잠시 속을 비우자..

책을 끼고 앉았는데도 속은 뭘 채우란다..젠장..

그러던차에 중년의 여자분이 오셨다.

어이구 잘 됐구나..식욕을 잊는 것은 한눈을 파는 일이지..흠흠..

 

모년모월모일모시 입니다.

이러구저러구...

아!

중년의 여자분은 말씀을 하시던 중..쇼핑백에서 무엇을 꺼내십니다.

\" 떡 드실래요? 떡이 맛있게 보여 사왔는데요 \"

\" 어머나 고마워라.\"

지금 세상은 욕계 입니다.

식욕.색욕.수면욕..

 

지금 내가 식욕을 채우니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중년 부인에게도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중년 부인은 우스게 소리로 말합니다.

\" 전 색욕이 부족해요 선생님!\"

호호호..

여자 둘이 떡을 가운데 두고 앉아 주거니 받거니 정답습니다.

떡의 포만감을 느끼며..중년부인의 사주를 풀어 봅니다.

오호통제라

이렇게 밝게 우스시던 분에게 이런 슬픔을 갖고 계실줄은 몰랐습니다.

떡 때문이었을까요! 왜 관상도 읽지 못했을까요!

 

푼 사주을 놓고 지긋이 묻습니다.

남편은!

\" 삼년 됐어요\"

그래 삼년..

\" 웬수 같이 골골 거리든이..가 버리데..징그러워서...근데 요즘들어 꿈에

자꾸 와요..살아서도 변변치 않더니 죽어서도 깨끗하지가 못해요\"

그래요..

\"..참..내가 왜 왔냐면 우리 아들이 아퍼요. 왜 그래요?

  어디가서 보니까 그 인간이 우리 아들 데리고 간다고 그래 왜 그래 그 인간!\"

\" 아드님 사주 넣어보세요\"

\" 음 ..그래요..\"

살이 곪는 것 처럼 아팠습니다.

어떤 말을 어떡해 해 줘야 하나..

아무리 사주 놓고 푼다해도 이분에게 떡 먹은 값으로 좋은 말을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으니..

 

\" 우리 아들 죽어?...나 우리 아들 없으면 못 살아요..어떡해야 해?

   무슨 팔자가 이래?\"

 

사람들에게 고통이 찾아오면 누구나 중심을 잃습니다.

안간힘을 쓰고 그 고통을 모면해 보려고 자력을 강행하지만..맘과 뜻과 같이

안되고..산만하고 경박하고 갈피를 못잡고 흔들립니다.

그러다 보면 모든 만사가 파경을 맞게 되지요.

지금 이 분이 그러했습니다.

 

\" 목숨이 그렇게 쉬운 거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힘들면 다시 죽고 다시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요\"

적절한 말이길 바랬습니다.

 

\" 그럼 우리 아들 안 죽지요?\"

 

네.. 확실히 안죽길 바라지만..

 

남편이 잘 해 줬단다. 시집살이도 한번 안 했단다.

나한테고 넘한테고 모진 소리 한번 못하는 남편 이었단다.

워낙 사이가 좋아 병으로 눕기전까지는 늘 산이고 놀이터고 같이

놀러 다녔단다.

어느날 피곤하다 해서 병원 찾았더니 그후 바로 눕더니 못 일어나고

그렇게 저승길에 올랐단다.

간과 신장이 안 좋아 술도 안 먹고 먹는 것도 조심 했단다.

 

\" 그렇게 일찍 갈 줄 알았으면 먹을 거나 원 없이 먹고 가게 놔둘걸.

  그게 젤 걸려..망할놈의 인간..\"

\" 보고 싶으세요?\"

\" 보고 싶긴..\"

\" 보고 싶으신거 같은데요..\"

\" 선생님두..그렇게 가봐요. 보고 싶긴 뭐가 보고 싶은가!\"

 

울컥하더니 눈물을 폭포 같이 쏟아 붇습니다.

\" 나쁜 사람 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고 갈거면서..나쁜 사람\"

..참 나쁜 사람..

이렇게 여린 분을 혼자 놓고 어떡해 가셨을까!

내눈이 바들바들 떨리며 마음이 많이 아파 옵니다.

다시 누가 똑똑 합니다.

\" 손님 왔네\"

 

어거지로 추수리는 부인을 보며 난 가슴이 애렸습니다.

\" 아들 안 죽어요. 마음 단단히 먹고 아들 간병 잘 하세요. 아셨죠\"

 

\'명줄을 함부로 뱉어서도 함부로 결론 내려서도 안된다\'

다만 이 부인이 더 수렁으로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우선의

내 과제인거 같았습니다.

\" 더 궁금한시거 있으면 언제든 전화 하세요. 아셨죠 꼭

  제가 떡을 맛있게 먹어서 그 값을 꼭 해야 해요\"

\" 아이구 선생님도 떡 그게 뭐라고..\"

\" 세상에서 재일 좋은 일은 배고픈 사람 입 채워주는 일 이예요.

  그러면 명도 길어지고 다음 생도 아주 좋아요\"

\" 아! 그래요!\"

\"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모르는게 있습니다.

크고 좋고 멋들어진 선물만이 진정한 선물인줄 안다.

그러나..

더 멋진 선물은 내가 줬다는 생각도 받았다는 생각도 안할 만큼..

마음으로 한 선물이 후세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부인이 더 힘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나에게 전화를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이 있을때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보았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오후 난 떡 보시를 아주 후하게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