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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떠오르면...


BY 2006-08-30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란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요.

사람의 생로병사 길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고란 생각을 합니다.

 

고..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홀로이..

 

그래 방편이라고 내려놓은 것이..

남녀 공히 한쌍으로..둘로..음양을 마추어..

합으로 살으라 했것만...

어느덧..

둘이..

산다는 것이 더 큰 외로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손님이 문지방을 넘어서 내곁으로 들어 올때..

나는 희얀한 환상에 빠지곤 합니다.

이 인연이 어디에서 ...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당신과 나와 만났더란 말인가!

조용히 읊조리며..소중한 지금의 시간을 느낍니다.

 

인연이란 것이 무서워...

나도 내 외로움을 달래고, 그대도 그대의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 음양이 만나 조화를 이루기 위해..애써 찾는 것이니..

꽃 피우는 것이 눈물이고 인생이어라..

단단하게 마음 먹고 갑시다.

 

나도 모르게 몇자 주술처럼 외워 버립니다.

그러면 어느덧 손님의 눈자욱이나..내 마음이나 같아 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이 교통이고..기류인가 봅니다.

 

문지방 들어선 손님은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이곳저곳..

갈팡질팡..촛점이 없습니다.

똘똘한 것 같지만, 사실은 놀란 기운이 많고..

예린한 듯 보이나, 사실은 허접한 마음을 달래길이 없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려니..

\" 앉으세요..년월일시를 불러 주세요\"

이렇게 말을 하고 두런두런 당신의 운명선을 점지해 갑니다.

 

사주쟁이 입에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간명선을 깊숙히 넣었습니다.

죽..니가 맞추나 못 맞추나..뭐..다 아는 이야기니..들어도 그만..

뭐..안들어도 그만..

용하다는 점집 안 찾아 가본적 있나..그래..뭐 지껄여 보아라..

대충 그분의 눈빛을 보고 느끼는 감정 입니다.

 

그래도 사주쟁이 정성을 다해 이야기 해드립니다.

콩이니..팥이니..

그래 열심히 이야기 하는구나..

이런 얼굴 이십니다.

 

어디 용하다는데 갔는데..줄줄..

그때 그분은 이렇게 될터이고..줄줄..

그래요..내 팔자가 더러워요..눈물 찔끔..

 

문득..말을 던집니다.

\" 그럼 저에게 오시지 말고..그때 그분을 찾아가 말씀을 들으세요\"

견면쩍은지..한번 다시 쳐다보십니다.

아들도 밤낮 가출하고.

딸도 에미만 보면 돈만 달라 그러고.

남편은 늘 아프다 술 달라 그러고.

말이 아니겠지요.

사는게.

조락조락 나온 사주만 설명하면 될 것을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내 입심도 지치는지..인생을 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구나... 심을 잃고 있는 앞에 계신 분 같을 경우 더 그러하네요.

\" 다방 커피 드실래요?\"

\" 예!\"

\" 달달한 다방커피 한잔 해요. 우리..그리고 천천히..천천히..갑시다\"

커피를 앞에 놓고..

\" 원래 머리 아플땐 단것이 최고 입니다

  어때요 맛있지요\"

웃으십니다.

\" 참 좋으시겠어요..\"

갑자기 무슨 말인가!

\"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사주 보니 둘 다 잘생긴 얼굴 이구만요\"

\" 생긴거만 잘생기면 뭐해요\"

\" 참..사람 복 중에 가장 귀한게 생김새요..한참 모르시네\"

싫지 않은 눈빛 입니다.

\" 커피 맛 좋죠!\"

\" 예!\"

\" 아저씨는 어떡해 만나셨어요?\"

\" 뭐..새삼스럽게..\"

\" 연애 하셨죠\"

\" 징그럽게 따라 다녀서 했어요\"

\" 그래도 싫지 않으니까..결혼 했지..\"

\" 참..\"

\" 한때 돈도 많이 벌었구만요\"

\" 큰 애 낳고..좀 벌었어요\"

\" 대운이 있었으니..돈두 벌고 다복 했구만요\"

\" 사기 안 당했으면 이렇게 살지도 않지\"

\" 사기친 사람이 누구예요\"

\" 애 아빠 친구인데..작정을 하고 왔더라구\"

\" 작정하고 오는 사람은 못 이기지요..\"

\" 그렇더라구요\"

\" 참 ..불쌍해요\"

\" 맞어 내가 이렇게 불쌍하게 살아요\"

\" 언니..말구..아저씨..\"

\" 엥\"

\" 친구에게 사기 당해..잘 하던 일 다 잃어버려..

  사회에선 인정 못 받아..자식한테 아비 대우 못 받아..

  매일 마누라 박아지..나라도 술 먹지요\"

간명상 아저씨는 인정 많고, 속이 좋은 분이다.

\" 정신을 못 챙겼으니까..집안 꼴을 이렇게 놓았지요\"

\" 참..작정하고 들어 온 놈을 누가 말려요.

  그건 언니도 알잖아요\"

\" ...\"

\" 아저씨 편을 들자는게 아니고..언니 마음을 읽는 거예요\"

뜨악해 한다.

\" 늘 사람이 좋은 시절만 있으면 좋겠지..

  그러나 한때의 판단 착오로 잃어 버린걸..덩달아..

  서로 서로 좋았던 마음을 잃어 버리면 어떡해요\"

한숨을 푹 쉰다.

\" 오늘부터 애들 어릴때 사진을 눈길 닿는 곳에 붙혀 두세요

  어린 것들 키울때는 이렇게 악다구니 할라고 키운거 아니잖아요\"

\" 그야..\"  흐느낌이 느껴진다.

\" 돈은 벌지 뭐..죽으란 법 없잖아요

  근데 언니는 희망을 잃어버린 거예요. 희망..\"

눈물이 볼을 탄다..죽...

\" 가장 중요한 희망을 잃어버리다 보니..서로 악다구니가 되고.

  가정이 파탄이 나고..아저씨가 원수가 되고.. 아이들이 마음

  둘 곳을 모르잖아요\"

\" 내가 내가 미치겠어요. 미쳐 죽어..\"

\" 미치지..안 미치면 되나요..멀쩡하던 집이 갑자기 풍비박산 나면..

  당연하지.. 그러나..계속 이 상태로 살면 언니..말년은 더 각박해요.\"

\" 그럼 어찌해야해\"

\" 제자리를 찾아야지요. 예전에 애들 키울때보다 더 안아주고..

  용기 주고..다시 희망을 줘야지.. 지금 그게 언니 몫 이예요\"

땅이 꺼지는 한숨 입니다.

\"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요. 원래도 없었고..죽을 때도 가지고 가지

  못할 것인데..이왕이면 요번 참에 내가 다 돌려줬다..이렇게 생각

  하라구요. 대신 따뜻한 내 맘은 변치 말자구요\"

...

\" 언니가 변하면 아저씨도 변하고..아저씨..변하면..다시 일어서는거

  눈 깜짝할 사이라구요\"

달린다..나는 달린다..

늘 간명선을 놓고 내가 마라톤을 한다는 느낌이다.

내 말이 축원이 되고 이분의 앞날이 되길 간절이 빈다.

한참을 이야기 한 손님은 어스름해진 인도를 가르며 가신다.

난 시원한 냉수 한잔을 마시며..창가에 섰다.

나 자신에게 말한다.

너도 희망을 갖어라..

이 갖가지 고민속에서 그래도 시원한 냉수와 같은

존재가 되길...그래서 참 행복했노라고..

오늘 저녁엔 남편에게 등어리 좀 두들겨 달라 그래야지..

등어리 마음 놓고 맡길 사람은 그래도..

믿거나 말거나..남편이더라..

해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간다.